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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광맥에 자라는 풀이 있다고?…자연과 교감하는 감수성 배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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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광맥에 자라는 풀이 있다고?…자연과 교감하는 감수성 배우기

신간 '산책자를 위한 자연수업'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 금이 묻힌 곳을 알려주는 식물이 있다면 믿을까.

금뿐 아니다. 은이나 구리, 납, 심지어 다이아몬드의 표식이 되는 식물도 있다는데. 에메랄드, 루비, 사파이어 등 각종 보석 근처에서 자라는 식물이 있을지도 모른다.

학교에서 식물의 광합성 원리와 원소 주기율표를 배우며 자란 현대인에겐 식물과 광물을 연관 짓는 것 자체가 왠지 부자연스럽고 과학을 저버린 미신 같아 보이지만, 근거가 있다.

길가나 밭둑에서 흔한 잡초인 쇠뜨기가 금의 지표식물이라는 건 인터넷을 뒤져보면 어렵지 않게 알아낼 수 있다. 금을 비롯한 중금속을 흡수해 축적하는 능력이 뛰어나 금광맥을 찾고 금광의 채산성을 가늠하는 데 쓰인다.

쿠션벅휘트라는 식물은 은, 발로지아칸디다라는 식물은 다이아몬드가 있는 곳에서 자란다. 야생화 비스카리아알피나는 구리, 리드워트는 납의 매장지를 알려주는 지표종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땅 위의 식물로 그 아래 묻힌 광물을 찾아내는 기술은, 낯선 지식물학(geobotany)이란 학문의 한 분야인데, 로마시대 때부터 쓰였다.

신간 '산책자를 위한 자연수업'(이케이북 펴냄)은 책 내용을 잘 요약한 부제처럼 '우리 주변에 널린 자연의 신호와 단서들을 알아보는 법'을 상세히 알려준다.

나침반 역할을 하는 나무뿌리부터 고도를 알려주는 수목한계선, 무지개로 대기 온도 짐작하기, 쐐기풀과 질경이로 사람 흔적 찾기, 벼락을 잘 맞는 나무와 안 맞는 나무 구분하기, 한곳에 모여있는 네잎클로버의 의미, 계절 따라 변하는 순록의 눈 색깔 등등.

저자인 20년 경력의 영국 탐험가 트리스탄 굴리는 손수 '자연 내비게이션'이라 명명한 이런 수백 가지의 지식과 기술들을 소중한 보물처럼 풀어놓지만, 언뜻 봐선 어디에 써먹을 수 있을지 알 수가 없다. 정글이나 오지에서 조난이라도 당하면 모를까.

하지만 집요하다 싶을 만큼 자세한 저자의 얘기를 끈기있게 따라가다 보면, 문득 우리가 모르는 혹은 잊고 있던 무언가를 깨닫게 된다.

그건 바로 현대인이 상실해버린, 자연과 교감할 수 있는 감수성과 직관이다.

하늘과 땅, 바다, 동식물, 해와 달, 별, 바위, 강, 바람 등 무심결에 보아넘기는 자연의 풍경 속에는 현대인이 상상하지 못하는 상관관계나 인과관계로 촘촘히 엮인 이야기들이 있다.

인류의 조상은 수백만년 동안 갖가지 자연의 신호와 단서들을 찾아내고 사연을 파악하는 데 능숙했으며, 이는 생활의 원동력이자 삶의 일부였다. 그들은 지금의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처럼 사람이나 동물이 지나가며 걷어찬 돌의 모양을 보고서도 며칠 전 길 위에서 일어난 일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문명화될수록 자연에 대한 감수성은 무뎌지고 직관은 사라졌다. 그 결과 지금은 자연과의 교감 자체가 낯설고 불편하고 어려워졌다.

책에는 영국 공군 대테러 특수부대(SAS) 출신 아버지로부터 등고선을 읽는 법을 배운, 타고난 탐험가인 저자가 더 큰 통찰력을 얻고자 겁 없이 떠났던 보르네오 정글 여행의 흥미로운 경험담도 담겼다.

저자는 다년간 쌓은 훈련과 이론조차 무용지물로 만들어버리는 혹독한 정글 속을 경탄할 만한 감각과 지식으로 능숙하게 누비는 다약족 가이드를 통해 자연과 사물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배운다.

"보르네오의 여행 이후로 … 다시는 산등성이나 골짜기를 옛날 같은 눈으로 보지 못할 것이다. 개울에서 물이 흘러가는 방향을 무심히 보아 넘기는 일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개구리를 먹는 것만큼은 도저히 못 하겠다."

김지원 옮김. 504쪽. 1만9천800원.

abullapi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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