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서 4세 여아 말라리아 사망…감염경로에 의학계 '갸우뚱'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이탈리아에서 4세 여아가 말라리아로 숨지자 의학계가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감염경로가 확실하게 규명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이탈리아 보건당국은 소피아 자고라는 이름의 4세 소녀가 이탈리아 북부 브레시아의 시립병원에서 뇌성 말라리아로 사망했다고 5일 밝혔다.
기후가 서늘한 알프스 산맥 자락의 도시 트렌토에 사는 이 소녀는 고열로 현지 병원에 입원한 뒤 말라리아 확진 판정을 받았고, 상태가 악화된 이후 열대 감염병 전문의가 상주하는 브레시아 병원으로 옮겨졌다.
베네치아 인근 해변에서 가족과 함께 여름 휴가를 보낸 소녀는 아프리카 등 말라리아 감염 위험이 큰 지역에 다녀온 적이 없고, 이탈리아에는 말라리아를 옮기는 모기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여겨지는 터라 소녀의 감염경로를 놓고 의료 당국은 고민에 빠졌다.
트렌토 산타키아라 병원의 전염병 전문의인 클라우디오 파터노스터는 "30년 동안 의사 생활을 했지만, 이 지역에서 감염된 말라리아 환자를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당국은 다만, 이 소녀가 지난달 하순 다른 질병 때문에 내원했던 트렌토의 병원에 아프리카에서 말라리아에 감염된 뒤 입원한 어린이 2명이 있던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파터노스터 전문의는 "오직 일부 종류의 모기만 사람에서 사람으로 말라리아를 옮길 수 있다"며 "이탈리아에서 연간 소수 발병하는 말라리아는 아프리카에서 이미 감염된 모기가 여행자들의 짐에 섞여 들어옴으로써 초래된다"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는 이어 "올여름이 매우 더웠던데다 기후 변화를 감안하면, 변종 모기가 말라리아를 옮긴 주범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의학계는 다른 한편으로는 지구 온난화로 인해 열대 지방에 서식하는 모기들이 북상했거나, 급증하는 해외 여행객이나 말라리아 발생 지역에서의 난민 유입이 말라리아의 자생적 발생에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19세기에 중부와 남부 지방을 중심으로 말라리아가 기승을 부렸던 이탈리아는 말라리아 모기의 온상인 습지를 없애며 1970년대에 공식적으로 말라리아 완전 퇴치를 선언했다.
하지만, 이탈리아 환경단체인 레감비엔테는 2007년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말라리아가 다시 창궐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2015년 기준으로 전 세계 연간 말라리아 사망자는 42만9천명에 달하며, 사망자의 90% 이상이 아프리카 대륙에서 발생했다. 만 5세 이하의 영유아가 말라리아에 가장 취약한 연령으로 꼽힌다.
ykhyun1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