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개헌 논의 시간에 쫓긴다고 졸속 안 돼"
외교안보는 정쟁보다는 힘 모아야…내년 행보는 연말께 결정
"현 정부, 좋은 사람 뽑아 써…약간의 오류로 확대해석 말았으면"
(제네바=연합뉴스) 이광철 특파원 = 차기 여권의 잠룡 가운데 한 명으로 평가받는 안희정 충남지사가 4일(현지시간) 본격화할 개헌 논의의 방향과 폭에 대해 구체적인 의견을 밝혔다.
대선 경선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치열한 경쟁을 벌였던 그는 중앙무대와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지만, 연말께 향후 자신의 행보를 밝힐 수 있을 것이라며 여러 가능성을 열어 두었다.
유엔 인권이사회가 이날 개최한 지방정부 인권 패널토의에 패널로 초청받은 안 지사는 토의 참석차 지난달 31일부터 5박 7일 일정으로 스위스 제네바를 찾았다.
지난해 인권이사회에서 충남이 지방정부의 인권 증진 사례로 소개되면서 오스트리아, 케냐, 멕시코 등 다른 3개국 패널과 함께 초청을 받았지만 거슬러 올라가면 그의 제도권 정치 출발점은 지방자치였다.
그는 1994년 봄 지방자치실무연구소에서 정치적 토양이나 다름없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만났다. 그 전해 9월 문을 연 연구소에 사무국장 자리가 비었을 때 노무현 당시 변호사의 전화를 받고 합류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과의 만남에 대해 자신의 책 '247명의 대통령'에서 3년을 미뤄 이루어진 인연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유엔 패널토의에서는 인권의 관점에서 농민, 농촌, 농업 혁신을 위해 도입한 충남의 3농 정책을 집중적으로 소개했다.
안 지사는 패널토의 후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상향식 개헌이 강조된 이번 개헌 논의가 시간에 쫓겨서 졸속 처리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개헌특위가)는 지난달 29일부터 한 달 일정으로 전국 16개 시·도에서 헌법개정 국민대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정치권은 이미 개헌 논의를 궤도에 올려놓았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올해 제헌절 경축사에서 내년 3월 중 헌법개정안을 발의하고 5월 국회 의결을 거쳐 6월 지방선거와 함께 국민투표를 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안 지사는 이번 개헌이 권력투쟁을 하는 정치인의 헌법이 아니라 시민 주권의 헌법이 돼야 한다면서 "지방선거 전까지 국민에 의한 헌법개정 내용과 논의가 부족하다면 유야무야하지 말고 규칙을 정해 개헌 논의가 유실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프랑스가 2003년 자치분권 헌법개정에 30년이 걸렸다는 점도 언급했다.
그는 국민주권, 시민 주권의 개헌에 대해 "지금 헌법은 국가에 의해 시민의 권리가 보장, 제공되는 것처럼 보이는 데 헌법이 바라보는 틀과 태도가 달라져야 한다"며 "무기력한 의회 구조 개선, 토지 공개념 같은 경제적 문제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방정부와 관련해서는 다양한 연방제 수준 분권 국가를 헌법에서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도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지사는 "개헌 논의가 (중임제 등) 권력의 분점에 맞춰진다면 촛불 시민혁명이 요구하는 폭과 다르다"며 "개헌 논의가 시민의 기본권, 시민 주권 성립을 위한 우리 사회 논의를 촉발해주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출범 100일 넘긴 문재인 정부에 대해서는 "시대의 청산, 개혁을 충직하게 이끌고 있다고 믿는다"며 "외교·안보에서 특별한 어려움에 부닥쳐 있는데 정파를 초월해 정쟁하지 않고 힘을 모아야 한다. 야당 지도자들도 외교·안보 주요 현안에는 논의에 참여해 달라"고 말했다.
인사 문제와 관련해 그는 "전체적인 100일 흐름을 보면 역대 어느 정부보다 골고루 좋은 사람을 뽑아 쓰고 있다"며 "현재 인사 검증 제도에서 약간의 오류를 너무 크게 흠을 안 잡으면 좋겠다. 비판할 때는 비판해도 정부가 잘못 가는 것처럼 확대해석할 건 아닌 거 같다"고 평가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3선에 도전할지를 묻는 말에는 "연말쯤 최종 입장을 밝히겠다"며 "조급하게 개인의 정치 일정 때문에 다음 행보를 결정하지는 않겠다. 지금은 지방정부의 책임자로서 재임 기간에 성실하고 그 뒤 국가와 정부, 당에서 할 일이 있으면 그때 가서 얘기하겠다고"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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