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력인 청탁에 학점조작 합격…檢, KAI 무더기 부정채용 수사(종합)
軍관계자·지자체 공직자·언론인 청탁 정황…KAI 임원엔 구속영장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이지헌 기자 =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군 관계자, 지방자치단체 고위 공직자 등 유력 인사들의 청탁을 받고 학점 조작 등을 통해 무더기로 정규직 사원을 채용한 정황을 검찰이 포착해 수사에 나섰다.
4일 사정 당국에 따르면 KAI의 경영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이용일 부장검사)는 지원 서류를 조작하는 등의 방식으로 10여명을 부당하게 사원으로 뽑은 혐의(업무방해 및 뇌물공여)로 회사 인사 최고책임자인 이모 경영지원본부장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본부장은 2015년 무렵부터 공채 지원자의 서류를 조작하는 등의 방식으로 서류전형조차 통과하지 못한 10여명을 정규직 사원으로 채용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 수사 결과 한 채용자는 대학 평균 학점이 2점대에 불과해 3.5점 이상을 요구하는 KAI의 전형 자격에 해당하지 않았는데도 정규직 사원으로 채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한 수사팀 관계자는 "부정채용으로 의심되는 사례들이 더 있지만 서류전형에서 탈락했다가 채용된 사람 등 확실한 사례만 골라 영장에 적용한 것"이라며 "부정채용은 공기업인 KAI의 투명성에 직결되는 사안이라는 점에서 채용 비리 역시 수사의 본류 가운데 하나로 본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 본부장으로부터 수주 등 경영 활동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공군 장성을 비롯한 군 관계자, KAI 본사가 있는 사천시 고위 공직자, 방송국 간부 등의 청탁을 받았으며 인사 기준을 어기고 이들이 청탁한 지원자들을 채용했다는 진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채용 청탁을 한 관계자도 일부 소환해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청탁자 중 일부가 당시 공무원 신분이었다는 점에서 이 본부장에게 업무방해와 더불어 뇌물공여 혐의도 적용했다.
수사팀은 채용 비리 규모가 대규모라는 점에서 최고 경영자인 하성용 전 대표의 적극적인 승인 또는 묵인이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향후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검찰은 최근 비자금 조성 혐의로 KAI 협력사 대표를 소환 조사하는 한편 수사의 본류 격인 원가 부풀리기 및 조직적 분식회계 의혹 규명과 관련해서도 회계장부 등을 바탕으로 분석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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