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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혁신가 하디드…유산 계승하며 내 정체성 드러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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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혁신가 하디드…유산 계승하며 내 정체성 드러낼 것"

자하 하디드 건축사무소 이끄는 슈마허, 세계건축대회 참석차 방한

'건축계 트럼프' 비판엔 "문제의 글, 공공건축 문제점 지적한 것"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서울 랜드마크 중 하나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이 거대한 은색 우주선이 기대와 우려를 한몸에 받으며 을지로 도심에 내려앉은 지도 벌써 3년 반이 지났다.

DDP를 설계한 이라크 출신 건축가, 여성으로서는 최초로 건축 노벨상인 프리츠커상을 받았던 자하 하디드는 그사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생전의 하디드가 가는 곳에는 항상 동료 패트릭 슈마허(56)가 있었다.

하디드와 슈마허는 1988년 영국 테이트 모던 갤러리의 한 콘퍼런스에서 연사와 청중으로 만나 인연을 맺은 것을 계기로 30년간 함께 일해왔다.

하디드 건축이 더 빛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아이디어를 건축적으로 다듬는 작업에 능숙했던 슈마허의 역할이 컸다는 게 건축계의 평가다.

"이제 자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는 점은 아쉽죠. 자하의 유산을 잘 유지하면서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어요. 여러 팀이 협력해 일하고 있고, 회사 구조 면에서는 크게 바뀐 점은 없어요."

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만난 슈마허는 자하 하디드 없는 자하 하디드 건축사무소를 이끄는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그는 '건축 올림픽'으로 불리는 국제건축연맹(UIA) 2017 서울세계건축대회 참석차 한국을 찾았다.





수십 년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봤던 거장의 모습은 어떠했을까.

슈마허는 "자하는 위대한 혁신가였다"라면서 "그의 건축은 항상 열려 있었고, 역동적인 움직임과 자유로운 형태를 보여줬으며, 힘도 넘쳐났다"고 설명했다.

그는 두 사람이 함께 작업한 건축물 중에서 가장 기억이 남는 작업으로 '맥시'(MAXXI)로 불리는 이탈리아 로마 국립현대미술관을 꼽았다.

"그 전까지 10차례 정도 현상설계에서 당선되지 않다가 그때 당선됐죠. 컴퓨터를 이용한 3D 모델링 작업을 통해 굉장히 복잡한 형태의 미술관을 가시적으로 구현한 작업이에요."

'컴퓨터'라는 단어에 인터뷰 화제는 자연히 '파라메트리시즘'으로 옮겨갔다. 컴퓨터를 통해 수학적 공식으로 디자인하는 슈마허의 건축적 세계관이 담긴 단어다.

비정형적인 외양으로 화제가 됐던 DDP 또한 파라메트리시즘을 보여주는 대표적 건물이다.

그는 파라메트리시즘을 "수치에 따라 다양한 형태가 나오는 것. 규칙, 아름다움, 거주성이라는 건축의 요소를 복잡하면서도 아름답게 구현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이번 UIA 서울대회에서는 도시화 속에서 건축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한다.

파라메트리시즘이 적용된 미래도시의 상은 어떨까.

"도시는 매우 복잡하면서도 다양한 공간인데 현재는 매우 무질서하고 어글리한 모습이잖아요. 서울만 해도 베이징, 런던, 상하이와 별반 다를 바가 없는데, 파라메트리시즘을 통해 복잡하면서도 아름다운 건축의 형태를 지향해야 합니다."






자하 하디드의 후계자는 최근 일련의 발언들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해 8월 잡지에 기고한 '건축은 어디에 있는가'라는 글에서 2016년 베니스 비엔날레가 건축디자인을 등한시한 채, 사회와 정치 문제에 집중했다고 비판하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같은 해 11월 건축 행사에서 공공공간의 사유화를 언급한 사실이 더해지면서 논란은 더 가열됐다. 일부는 그를 시장 논리에 매몰됐다고 강도 높게 비판하거나, '건축계의 트럼프'라고 몰아붙이기도 한다.

슈마허는 "지난해 베니스 비엔날레에서는 난민, 빈곤 등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사안이 중심이 됐다"라면서 "건축박람회에서는 건축디자인이 중심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축계의 트럼프'라는 단어를 꺼내자, 겸연쩍은 얼굴의 그는 "제가 (트럼프처럼)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SNS에 글을 올리는 것을 좋아하지만, 다른 것은 어떤 것도 닮지 않았다"고 받아넘겼다.

"공공공간을 만들 때 정치적으로 관여하면 시간이 오래 걸리고, 그렇게 만들더라도 다양하지 않은, 평균적인 공간이 돼죠. 또 정부가 관여하면 많은 제한이 있기 마련이고, 건축도 경제적이고 (비용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만 이뤄지는 문제점을 지적한 것입니다."

인터뷰를 마무리하기에 앞서 그 자신도 뛰어난 건축가인 슈마허에게 자하 하디드라는 수식어가 항상 따라붙는 것이 부담스럽지 않느냐는 물음을 던졌다.

"올해만 삼십여 차례 인터뷰에서 그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빙그레 웃은 슈마허는 "예전에는 항상 자하가 앞에, 나는 뒤에 있었던 것은 맞다"고 말했다.

"저만의 목소리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제 대중에게도 저만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싶어요. 새로운 아이디어, 시스템적인 건축을 선보이고 싶습니다. 요즘은 메가 아트리움처럼 상호작용하는 건축에 더 관심이 갑니다."





air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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