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 낮 北핵실험 '날벼락'에 시민들 "단호할 땐 단호해야"(종합)
"짜증·혐오…안보 위해 사드배치 서두르고 제재 강화해야"
'지진 같다' 수도권·강원·충청 등 전국서 119 문의 전화 31통 걸려와
(서울=연합뉴스) 사건팀 = 3일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강행하자 여유로운 휴일 낮을 보내던 시민들은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비판적 반응을 쏟아냈다.
이날 가족들과 외식 중이던 오모(58)씨는 핵실험 뉴스를 접하고 "북한의 반복된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에 무뎌진 상태긴 하지만 만일의 상황을 대비해 현금을 찾아야 하는 것 아닌가 싶었다"며 "개인 금고를 마련해놓을까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경기 광명에 사는 서모씨(63)는 "미사일 발사를 계속해와서 별로 놀랍지는 않다. 그동안 우리 정부가 북한에 대화하자며 우호적인 제스처를 계속 취했음에도 이런 일이 일어나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서씨는 "남북 관계의 답답한 현실을 보여주는 것 같다"며 "북한에 단호할 때는 단호한 모습을 보여야 하는 것 아니냐. 북한이 이런 식으로 행동해서 득이 될 게 없다는 것을 확실히 알려줘야 한다. 사드 배치 문제도 더는 우리끼리 다툴 문제가 아니다. 안보를 위해서 빨리 배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직장인 김모(30)씨는 "북한이 하는 꼴을 보면 이제 짜증을 넘어선 혐오 감정이 생긴다"면서 "하지 말라는 건 제발 그만하고 국제사회 일원으로서 책임 있는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경기도 광주에 사는 이모(58)씨는 "역사를 보면 외교에서 마냥 믿기만 했던 쪽은 언제나 배신을 당했다"면서 "문재인 정부가 끝내 북한에 크게 뒤통수를 맞지는 않을지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박모(28·여)씨는 "얼마 전 ICBM 실험도 했는데 핵실험까지 강행하다니 믿을 수가 없다"면서 "문재인 정부가 그간 대화를 강조해왔는데 이런 상황이니 결국 태도 변화를 취할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전쟁 발발 가능성에 대한 불안을 언급하며 대북 제재 고삐를 조여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자영업을 하는 최모(65)씨는 "올 것이 왔다. 미사일 쏠 때부터 또 핵실험을 할 것으로 예상했다"며 "이번 기회에 다시는 이러한 도발을 하지 못하도록 미국과 협의해 제재를 더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직장인 이모(29·여)씨는 "북한이 일본 상공을 통과하는 탄도미사일을 쏘고 핵실험까지 강행하면서 진짜 전쟁이 날 것 같아 불안하다"며 "특히 가족 중에 군인이 있어서 불안감이 더 크다"고 걱정했다.
직장인 이모(31)씨는 "휴일 주말 집에서 북한 지진 속보를 보고 먼저 화부터 났다"며 "남한은 한반도에서 전쟁을 막기 위해 노력하는데 북한은 계속해서 전쟁을 일으키려고 하는 것 같다"며 북한을 비판했다.
서울 중구에 사는 이모(58·여)씨는 가족들과 미국 여행을 하러 인천공항 가는 길에 "여행 가기도 전에 망친 기분"이라며 "이번 주에 전쟁이라도 나면 우리는 미국에 강제이민 가는 건가 싶다. 한국에 있을 남편과 사돈 가족들은 어떡하느냐. 그럴 일 없겠지만, 자꾸 북한이 불안하게 하니 극단적인 상황도 상상하게 된다"고 발을 굴렀다.
북한이 "ICBM 장착용 수소탄 시험에 성공했다"고 발표하며 6번째 핵실험을 공식화하자 시민들은 더욱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직장인 김모(31)씨는 "북한 방송이 핵실험에 성공했다고 말하는 것을 보니까 이제 진짜 북한이 핵보유국이 된 것 같다"며 "우리 국민의 인내도 한계에 다다른 것 같다. 이번 기회에 북한에 전례 없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모(31)씨는 "최근 뉴스들을 보다 보니 핵실험을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긴 했으나 이렇게 빨리할 줄은 몰랐다"면서 "한반도 위기가 더 격화할 것 같아 걱정된다"고 말했다.
차분한 대응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이모(26·여)씨는 "사실 북한 도발이 너무 잦아서 북한 핵실험 소식을 듣고도 별다른 감흥은 없었다"면서 "진짜 전쟁이 날 것 같진 않고 결국 북한이 시위를 벌이는 건데 도발에 한미가 너무 흥분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우려했다
이날 북한의 핵실험에 따른 인공지진으로 땅과 건물이 흔들리는 느낌에 놀란 전국 각지 주민들의 119 신고가 속출했다.
소방청에 따르면 서울 13건, 경기 9건, 인천 4건, 강원 3건, 충북과 충남 각 1건 등 전국에서 총 31건의 문의 전화가 걸려왔다. 인적·물적 피해는 접수되지 않았다.
j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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