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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 벗은 이해진 친족기업…네이버, 사익편취 규제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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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 벗은 이해진 친족기업…네이버, 사익편취 규제 받는다

이해진 전 의장 총수 지정…"지분 크지 않지만 지배력에 유의미"

이해진 개인·친족기업 3개사 '총수 일감 몰아주기' 규제 받게 돼

네이버 "총수 지정 안타까워…대기업 규제 과거 시각서 벗어나야"

(세종=연합뉴스) 민경락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네이버 이해진 전 의장이 네이버를 사실상 지배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공정거래법상 동일인(총수)으로 지정했다.

네이버의 동일인이 이 전 의장으로 지정됨에 따라 이 전 의장의 개인 소유 기업과 친족 기업 3곳도 모두 총수일가 사익 편취 규제를 받게 됐다.






공정위는 3일 자산 5조원 이상 57개 공시대상기업집단을 발표하면서 이중 네이버의 동일인을 '이해진'으로 지정했다.

동일인은 해당 기업집단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법인이나 자연인이다.

집단 현황 자료 제출 등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서 부여된 의무 사항을 이행하는 최종 책임자로 일반적으로 기업집단의 총수가 되는 경우가 많다.

동일인이 누구냐에 따라 기업집단 범위가 달라질 수 있어 동일인 지정은 기업집단 지정의 핵심 절차로 여겨진다.

이 전 의장은 지난달 14일 직접 공정위를 찾아 네이버 지배구조는 기존 대기업과 다르다며 네이버를 '총수 없는 기업집단'으로 지정해 달라고 요청해 논란이 됐다.

공정위는 이 전 의장의 네이버 지분이 4.49%로 규모는 크지 않지만 경영 참여 목적이 없다고 공시한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 지분(20.83%)을 제외하면 최다 출자자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1% 미만 소수주주 지분이 약 50%에 달하는 등 지분이 잘게 쪼개져 있는 점을 고려하면 이 전 의장의 지분은 지배력 행사에 '유의미'하다고 판단했다.

네이버가 최근 미래에셋대우[006800]와 자사주를 교환하면서 상호 경영권에 영향을 주는 행위를 금지하고 네이버 지분을 매각할 때 네이버가 지정하는 자에게 우선매수권을 부여하는 등을 방법으로 1.71%의 우호 지분도 확보했다는 점도 고려됐다.

또 이 전 의장이 우호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기 위해 10.9%에 달하는 자사주를 추가로 활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 전 의장이 네이버에서 다양한 보직을 맡으며 경영에 관여하고 있는 점도 이 전 의장 실질 지배력을 인정하는 근거가 됐다.

이 전 의장은 회사 설립 이래 대표이사·이사회 의장을 맡았고 사내이사로 등재돼있는 등 대주주 중 유일하게 경영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이 전 의장은 네이버 이사회에서 유일한 대주주 이사이며 이 전 의장을 제외하면 다른 대주주가 추천·선임한 이사는 없다.

이 전 의장은 네이버 사외이사추천위원회의 유일한 사내이사이기도 하다.

공정위는 이 전 의장이 사외이사 선임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네이버가 과거에 대기업집단 지정 심사 자료를 제출하면서 이 전 의장을 동일인으로 제출한 전력이 있다는 점, 이 전 의장을 설립자로 공시한 점 등도 이 전 의장의 실질적 지배력을 인정하는 근거가 됐다.

네이버는 2015년부터 공정위에 대기업집단 지정을 위한 심사 자료를 제출해왔으며 2015년에는 이 전 의장을, 지난해와 올해는 네이버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해달라고 제출했다.

이 전 의장이 네이버 동일인으로 지정되면서 이 전 의장의 개인·친족 회사인 지음, 화음, 영풍항공여행사 등 3개사가 네이버 계열사로 편입돼 대기업집단 규제를 받게 됐다.

이 전 의장의 개인·친족 기업이 구체적으로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한기업인 지음은 자산 640억원 규모 컨설팅 기업으로 이 전 의장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외식업체 화음과 여행업체 영풍항공여행사는 이 전 의장 친족기업(인척 4촌·혈족 6촌 이내)으로, 이들 3개 개인·친족 회사 자산을 합치면 700억원에 육박한다.

공정위 대기업집단 지정은 국내 계열사에 한정되기 때문에 네이버 일본 계열사는 지정 여부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다만 네이버는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됐기 때문에 앞으로 공정위에 일본을 포함한 해외 계열사 현황을 제출해야 한다.

남동일 공정위 기업집단과장은 "이 전 의장이 동일인이 되면서 친족 기업 2개사가 네이버 계열사가 됐지만 법인이 동일인이었다고 해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을 피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네이버 측은 "기업이 규모에 걸맞은 사회적 의무를 다하고 투명성을 갖춰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라며 순환출자 및 친족의 지분 참여가 없는 투명한 지배구조 확립 등 법적 의무를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 전 의장의 총수 지정에 대해서는 "안타깝다"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네이버 측은 "국가가 모든 민간기업들에 재벌과 총수의 개념을 부여하는 것은 기업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각이 기업집단제도가 탄생한 30년 전에 머물러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지금이라도 총수 개인이 지배하지 않고, 이사회와 전문경영인이 책임지고 경영하는 새로운 사례를 만들어 가려는 노력과 의지가 중요하다"라며 "이번 이 전 의장의 총수 지정 논쟁이 대기업집단 제도가 유연하게 운용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라고 밝혔다.

roc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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