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외화내빈'…시총 최대? 거래는 2년8개월래 최저
셀트리온 이탈 우려까지…고민 커지는 코스닥
(서울=연합뉴스) 경수현 기자 = 지난 8월 코스닥 시장의 거래대금이 2년8개월 만의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상장기업이 증가하면서 시가총액은 사상 최대로 늘었지만, 시장 참여자들은 오히려 코스피 시장 등 다른 투자처로 발길을 옮긴 데 따른 것이다.
◇ 코스닥 일평균 거래대금 1년 전보다 23% 감소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코스닥 시장의 주식 거래대금은 하루 평균 2조6천882억원에 그쳤다.
작년 동월의 3조4천959억원보다 23.1%나 준 수준이다.
이에 따라 지난달 일평균 거래대금은 2014년 12월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하지만 코스피 시장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같은 기간 4조3천742억원에서 4조9천392억원으로 12.9% 늘었다.
올해 코스닥 시총의 사상 최고 경신 행진이 외화내빈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코스닥 시총은 올해 6월9일 이후로만 5차례 최고치를 갈아치워 지난달 31일에는 223조5천790억원으로 불어났다. 하지만 시총 증가의 상당 부분은 상장 진입 문턱을 낮추는 등의 정책으로 상장사들을 늘린 덕이다.
◇ 개인 투자자들 코스닥에서 코스피로 이탈
문제는 코스닥 시장의 거래 부진이 8월 한 달간 일시적으로 벌어진 현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실제로 코스닥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2015년 한해 3조1천177억원에 달했으나 지난해는 3조463억원, 올해 8개월간은 2조6천246억원으로 줄었다.
전문가들은 올해 코스닥 시장의 거래 부진이 심화한 이유로는 코스피 대형주 위주의 장세가 펼쳐진 점을 꼽고 있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센터장은 "올해 코스피 시장이 뜨면서 개인 투자자들이 코스닥에서 코스피로 많이 넘어갔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달 코스닥 시장에서 개인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2조3천141억원으로 작년 동월보다 26.0% 줄었다. 같은 기간 외국인의 거래대금이 2천억원에서 2천217억원으로 10.8% 늘었지만 개인의 이탈을 메우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도 그럴 것이 코스닥은 8월에도 개인 투자자 거래 비중이 86%를 넘을 만큼 개인 위주의 시장이기 때문이다.
코스닥에서 시총 2위 종목이었던 카카오의 코스피 이전 상장도 일부 영향을 줬다. 카카오는 7월10일 코스피로 이전한 뒤 하루 평균 827억원 규모로 거래됐다.
◇ 셀트리온도 옮기나…코스닥 활성화 방안 강구
설상가상으로 시총이 14조원을 넘는 '대장주' 셀트리온마저 코스피 이전을 논의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소액주주들의 요구로 이달 29일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코스닥 시장 상장폐지 안건을 논의할 예정이다. 결과는 아직 알 수 없지만,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의 불안감은 상당하다.
이에 따라 거래소는 셀트리온 이슈가 터지고서 코스피200 지수에 코스닥 종목을 넣거나 KRX100이나 KTOP30 등 기존 통합지수에 코스닥 종목 비중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거래소의 한 관계자는 "미국의 나스닥과 같은 시장을 지향하는 상황에서 코스닥의 수급 구조를 개선하려면 기관이나 외국인 투자자들의 참여를 늘려야 한다"며 "이를 위해 지수 개발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코스닥 기업의 코스피 이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금융시장 전문가는 "미국을 빼면 대부분 나라에서는 2개의 주식시장이 1부리그와 2부리그로 나뉜다"며 "궁극적으로 나스닥을 지향할 수는 있지만 현실을 받아들여 코스닥을 2부리그로 가져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코스피에 밀려 한동안 소외됐던 코스닥 장세가 나아질 수 있다는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정다이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최근 '코스닥과 세가지 키워드'라는 보고서에서 "코스닥 시장은 최악의 국면을 벗어나고 있다"면서 정부의 중소 벤처기업 우대 정책, 코스닥 기업의 실적 개선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표> 올해 코스닥 시장의 개인 투자자 거래대금 추이(단위:백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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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별 │코스닥 거래대금 │개인 거래대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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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 │ 2,688,202 │ 2,314,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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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 │ 2,932,548 │ 2,524,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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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 │ 3,261,345 │ 2,837,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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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 │ 2,905,891 │ 2,507,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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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 │ 3,468,372 │ 3,07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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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 │ 3,032,264 │ 2,728,3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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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 │ 2,811,415 │ 2,499,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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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 │ 2,808,538 │ 2,518,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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