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뼈아픈' 대선평가보고서…"전략·공약·홍보 부족"
"安, 확고한 정책 철학 보여주기 부족…'MB아바타' 이미지 강화"
"민주당 아닌 한국당에 각세웠어야"…"모호한 자강론, 영호남서 외면"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 국민의당이 1일 대선평가위원회가 작성한 '19대 대통령 선거 평가보고서'를 공개하며 뼈아픈 '자기반성'을 했다.
대선평가위는 대선 후보였던 안철수 대표는 물론 중앙선대위가 전략·공약, 홍보·메시지 전략을 펴는 데 부족함이 있었고, 원활한 소통이 이뤄지지 않은 점도 대선 패배의 한 원인으로 지적했다.
◇ "安후보, 'MB아바타' 이미지 강화…각세우기 전략 미흡" = 대선평가위는 먼저 "안 후보가 대통령선거에서 어떻게 이길 것인가에 대한 전략을 확실하게 보여주지 못했다"며 "더 중요한 것은 안 후보가 정책에 대한 철학을 확고하게 보여주는 데 부족했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보다는 자유한국당과 각을 세우는 전략이 필요했는데, 안 후보가 '각 세우기'에서 효과적인 대응을 하지 못했다는 점도 지적됐다.
평가위는 "5월 9일 대통령선거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따른 보궐선거이자 촛불대선인데 이에 적합한 전략과 홍보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며 "2017년 조기 대선의 핵심 슬로건은 '촛불혁명'과 '적폐청산'이었으나 안 후보는 이러한 메시지로부터 계속 일정한 거리를 뒀다"고 강조했다.
홍보와 메시지 전달 관련해선 "안 후보는 안보, 대북정책, 사회정책에 있어 이전 정부의 정책들에 대한 입장이 불분명했고, 개념이나 철학적 이해, 가치관의 정립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로 대선을 치렀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썼다.
특히 이런 상황이 선거 막판까지 이어지면서 TV 토론에서 안 후보의 핵심적 약점으로 부각됐다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이번 대선에서 안 후보는 TV 토론에서 크게 실패했다. 캠프나 당 차원에서 TV 토론에 대한 준비를 잘하지 못했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지만 역시 안 후보 본인도 정치적 토론에 익숙하지 않은 것은 물론 정치적 레토릭(수사) 자체에 대해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안 후보는 TV 토론을 통해 오히려 아무런 가치를 갖지 않고 내용도 없는 '중도'를 표방함으로써 오히려 'MB아바타'라는 이미지를 강화했고, 적폐청산에 반대한다는 이미지, 대북정책과 대외정책에 대해 비판은 하지만 대안은 없다는 이미지를 심어줬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안 후보의 캠프는 당내 경선에서 후보가 확정될 때까지 본선 홍보에 아무런 대책을 갖고 있지 않았다"며 "결과적으로 선거를 얼마 남기지 않은 시점에 정치홍보 경험이 전혀 없는 이제석이라는 개인에게 선거와 관련된 모든 홍보를 맡기고 전권을 부여하는 사태로 이어졌다"고 썼다.
후보와 당과의 연계 부분에서 "안 후보의 캠프가 처음부터 당 중앙선대위에 적극적인 역할을 부여하지 않았고, 대단히 부족한 캠프의 역량으로 대선을 치르려고 했던 것이 결정적인 패인"이라고 평가위는 지적했다.
평가위는 그러면서 "후보가 주요 공약을 변경하면서 당과 충분한 소통을 하지 않았다"며 "사드에 대해 당론으로 반대(국회 비준 필요) 입장이 나와 있었으나, 안 후보가 입장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당과 상의를 충분하게 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모호한 자강론, 영호남서 외면"…선대위 전략도 미흡 = 보고서는 당 중앙선대위의 정책과 공약을 평가하면서 "'미래'라는 슬로건을 선점했지만, 후보의 정책과 공약에 잘 스며들었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보고서는 "안 후보의 자강론이 지지의 확장이 시급한 시점에서 별반 새로울 것이 없는 허무한 구호로 작용했다"는 지적도 했다.
오히려 자강론이 당과 후보의 이념적 및 정책적 스탠스(입장)를 모호하게 하면서 호남과 영남 모두로부터 외면받는 최악의 결과를 초래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박지원 상왕론' 대응과 관련한 평가도 있었다.
평가위는 "경쟁 정당과 후보자들이 '박지원 상왕론'과 같은 프레임을 가동할 때조차도 이를 극복하기 위한 안 후보의 리더십은 전혀 발휘되지 못했다"며 "박지원 공동선대위원장은 오히려 호남에서 평양특사와 통일부 장관 임명을 강변함으로써 상왕론 프레임을 강화해주는 전략적 오류를 범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결국 문재인 대통령이 촛불의 메시지를 껴안은 반면, 안 후보는 촛불에 대해 원칙적인 보수의 이미지조차 주지 못하고 MB 아바타, 박지원 상왕론 같은 반(反)촛불 이미지에 갇혔다"고 평가했다.
당 중앙선대위 차원의 홍보와 메시지 전략도 미흡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보고서는 "후보의 홍보, 뉴미디어 관련 전략, 그리고 지역 조직 정비, 선거자금의 전략적 배분 등 필요한 사전 작업들은 전혀 대선 전에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는 진보'라는 구호가 현실 한국 경제에서 구체화하지 못했고, 경제영역에서 유일한 메시지는 추상적인 수준의 '4차 산업혁명'이었다"며 "'적폐청산'의 대안으로 제시한 '국민통합' 메시지는 보수적 유권자들을 다독이는 효과가 일정 정도 있었던 것으로 보였지만, 오히려 보수와 진보 사이에서 양다리를 걸치는 기회주의적 태도라는 비판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 중앙선대위의 홍보는 경선 이후 상승한 안 후보의 지지율에만 의존했다"며 "TV 토론에서 안 후보의 역량에 대한 회의감이 확산해 지지율이 하락하는 시점에는 어떠한 대응 메시지나 전략 등이 지도부 차원에서 제시되거나 실행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중앙선대위의 조직 평가와 관련해선 "자기 사람 심기 및 자리 나눠주기 식의 구시대적, 비효율적 선대위를 운영했다"며 "선대위를 구성하는 데 중요한 책임을 졌던 안 후보와 박지원 상임공동위원장은 대선을 지휘해본 경험의 부족으로 인해 선택과 집중, 그리고 기능 중심의 조직구조를 갖추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중앙당 지도부와 시·도당 및 지역위원회 사이 소통 부재도 대선 패배의 한 원인으로 꼽혔다.
kong7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