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피스 완성' 없이 우즈베크전 승리없다
손흥민·권창훈 키커 전담…'예리함·완성도↓'
(서울=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 축구 대표팀을 바라보는 팬들의 기대감은 서울월드컵경기장 6만 관중으로 증명됐지만, 태극전사들의 플레이는 팬들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했다. 열흘 동안의 비공개 훈련으로 가다듬은 조직력은 허술하기만 했고, 무엇보다 득점의 지름길인 세트피스는 전혀 위협적이지 못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지난달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이란과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9차전에서 0-0으로 비겼다.
같은 날 중국이 우즈베키스탄을 꺾으면서 한국이 이란을 이겼으면 일찌감치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할 수 있었지만, 고질적인 결정력 부족에 시달리며 본선행 티켓 확보를 다음 기회로 미뤘다.
무엇보다 세트피스의 완성도는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는다.
신 감독은 지난 21일 시작된 대표팀 소집훈련에서 가장 신경을 쓴 부분은 수비 조직력 완성과 더불어 세트피스였다.
특히 세트피스는 이란의 철벽 수비를 뚫을 수 있는 최고의 무기여서 신 감독은 파주NFC에서 두 차례에 걸쳐 심화 훈련을 치렀다.
신태용호에는 '왼발의 달인' 염기훈(수원)을 비롯해 이번 시즌 프리킥 감각이 좋은 김진수(전북), 슈팅 능력이 좋은 손흥민(토트넘)과 권창훈(디종)까지 세트피스를 완성해줄 정교한 키커들이 많았다.
대표팀은 지난달 25일과 29일 이틀에 걸쳐 두 시간 가까이 세트피스 연마에 시간을 투자했다. 하지만 뚜껑을 연 결과는 실망적이었다.
세트피스는 말 그대로 '약속된 플레이'다. 거리에 따라 키커가 직접 슈팅을 노릴 수도 있지만 대부분 키커와 동료의 호흡이 절대적이다. 약속한 곳으로 볼을 보내줄 키커의 능력과 이를 받아 득점으로 연결할 수 있는 결정력이 필수다.
이런 의미에서 한국의 이란전 세트피스 전술은 낙제점이다. 프리킥을 통해 슈팅이 골대 안으로 들어가는 유효슈팅은 제로였다. 코너킥 역시 단순한 공중볼 투입에 그치면서 신장이 좋은 이란 수비진에 막혔다.
가장 좋은 세트피스 득점 기회는 전반 13분 찾아왔다. 권창훈이 페널티아크 왼쪽 부근에서 볼을 향해 쇄도하는 과정에서 반칙을 얻어내 프리킥을 따냈다.
이란 골대 오른쪽 구석을 노린 손흥민의 땅볼 슈팅은 이란 수비수의 발을 맞고 골대를 벗어났다. 이란 수비벽 사이에 포진한 한국 선수들이 볼 공급 루트를 제대로 확보해주지 못한 탓이다.
후반 30분께 페널티지역 오른쪽 부근에서 따낸 프리킥 역시 권창훈이 직접 왼발로 노렸지만, 크로스바를 넘으면서 끝내 세트피스를 통한 득점에 실패했다.
결국, 태극전사들은 한 명이 퇴장당해 수적으로도 불리한 이란을 상대로 이렇다 할 득점 기회를 만들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0-0으로 비겼다.
이제 남은 경기는 우즈베키스탄과 최종예선 10차전 한 경기다.
두 번의 실수는 용납될 수 없다. 자칫 지거나 비기면 복잡한 상황으로 빠질 수도 있는 만큼 태극전사들은 오는 5일 자정 치러지는 우즈베키스탄 원정 승리가 필수다.
상대에 방해를 덜 받고 득점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인 세트피스 완성도를 높이지 않는다면 한국은 또다시 졸전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
1일 출국하는 신태용호가 사흘 동안 주어진 훈련 기간에 날카로운 세트피스 전술을 완성할 수 있을지 팬들의 관심이 뜨겁다.
horn9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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