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젠 최고 과학자 "신약개발, 사회를 위한 제약사의 가장 큰 일"
"매티아스 클링거 암젠 최고 과학 책임자 인터뷰서 강조
"1998년 분자 구조 개발한 블린사이토, 상용화까지 20년 소요도"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기자 = "기초과학에 바탕을 둔 '과학적 접근'이야 말로 신약 개발의 첫 단계입니다. 장기간의 신약 개발 과정을 인내하는 노력 또한 필수입니다."
1980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바이오벤처로 시작해 연 매출 26조원에 달하는 글로벌 바이오기업으로 성장한 암젠이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에 내놓는 제언이다.
최근 방한한 암젠의 최고 책임 과학자(Principal Scientist)인 매티아스 클링거 박사는 지난달 28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신약 개발은 제약사의 특권"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치료제가 없어 고통받는 환자들을 위한 신약 개발이야말로 제약사가 사회에 할 수 있는 가장 큰 일이라는 점에서다. 암젠이 내세우는 '환자를 위한다'(To Serve Patients)라는 미션과도 맞닿은 얘기다.
암젠은 길리어드 사이언스와 함께 미국의 대표적인 바이오 회사로 꼽힌다. 1989년 유전자 재조합 기술로 개발한 혁신 신약 에포젠을 시작으로 전 세계에서 매년 10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 엔브렐, 급성림프모구성백혈병(ALL)에 쓰는 블린사이토 등의 바이오신약을 개발했다. 지난해 기준 매출액은 230억달러(한화 약 26조원)로 전 세계 제약·바이오기업 중 10위에 해당한다. 이 중 연구개발(R&D) 투자액은 38억달러(4조3천억원)다.
이처럼 적극적인 R&D 투자는 물론 그에 상응하는 신약 개발 성과를 내면서 암젠은 전 세계 바이오기업의 롤모델로 꼽히고 있다.
이에 클링거 박사는 '또 다른 암젠'을 꿈꾸는 바이오기업에 과학적 접근과 인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바이오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체내에서 어떤 분자 또는 단백질이 질병을 일으키는지에 대한 과학적 접근과 질병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가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선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가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신약 개발을 시작하더라도 상용화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되므로 이 과정을 인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블린사이토 개발 과정을 예로 들었다. 블린사이토는 환자의 면역세포인 T세포가 암세포를 인지해 공격하게 하는 면역항암제다.
클링거 박사는 "블린사이토의 분자 구조는 1998년 개발됐으나 환자에 실제 의학적 혜택을 주기까지 약 20년이 걸렸다"며 "의미 있는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인내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한국의 바이오기업에 꼭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jand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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