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주요 무대…2일 시민들 맞는다
건물 30개 곳곳에서 전시회…비엔날레 식당·카페도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강북삼성병원이 들어서 있는 서울 종로구 돈의문(서대문) 터 옆마을은 '새문안'이라고 불렸다.
사직단 근처 서전문(西箭門)을 세종 4년인 1422년 헐고 지금의 강북삼성병원 앞에 돈의문을 세웠더니 사람들은 이 문을 '새문(新門)'이라고 했다. 새문의 안쪽에 있다고 해 붙은 이름이 '새문안'이다.
새문안은 한옥, 일제시대 가옥, 1970∼1980년대 슬래브집과 함께 19세기 골목길이 옛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보기 드문 마을이다.
인근 광화문과 서대문에 높은 건물이 속속 서는 동안 철저하게 개발에서 외면당했기 때문이다.
이곳 역시 뉴타운 바람을 타고 전면 철거된 뒤 근린공원이 될 뻔했으나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화려하게 '부활'했다.
경희궁 자이 아파트를 짓는 조건으로 새문안 마을 땅과 건물을 기부채납 받은 서울시가 마을 전체를 보존하기로 했다. 마을 이름은 '돈의문 박물관 마을'이라고 새로 붙였다.
이 마을이 보수·보전 작업을 거쳐 다음 달 2일 공개된다.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의 주요 전시장이 돼 시민들을 맞는다.
서울비엔날레는 도시와 건축을 주제로 한 국내 첫 학술·전시 축제다.
도시 구성원들이 한정된 자원을 나눠쓰면서 공존을 모색해보자는 뜻에서 주제를 '공유 도시'로 잡았다.
새 단장을 마친 돈의문 박물관 마을 내 건물마다 1∼2개씩 전시가 열린다. 관객들은 30여 개 건물 곳곳을 돌아보면서 도시 문제와 해법을 고민해볼 수 있다.
포켓몬고 게임처럼 증강현실을 활용해 내가 걷는 거리의 미세먼지 현황을 스마트폰 화면으로 확인하는 '서울 온 에어', 태양광을 끌어들여 지하공간에 녹지를 조성하는 프로젝트 등이 전시된다.
마을의 중심은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건물을 리모델링한 '도시건축센터'다. 유한양행, 현대제철 사옥으로도 쓰인 적이 있다.
비엔날레 식당과 카페도 문을 연다. 인도에서 초청한 쉐프가 직접 요리하는 탈리(인도 타밀나두 지방 채식 요리), 태양광으로 구운 빵, 도시양봉 꿀로 만든 차를 맛볼 수 있다.
도시재생을 통해 탈바꿈한 마을 자체를 하나의 대형 전시로도 볼 수 있다.
돈의문 박물관 마을 재생을 기획한 민현식 건축가는 "새문안은 서민들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은 곳"이라며 "지난 100년간 쌓인 기억의 저장소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비엔날레 개막을 앞둔 31일 직접 찾은 마을의 일부 건물은 리모델링을 마쳐 새로 지은 것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문패·간판 등 곳곳에 옛 흔적이 남아 있었다.
민 건축가는 "한옥을 복원하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낡은 담이 허물어지면서 의도치 않게 새 담을 올리는 등 본래 모습을 간직하기 어려운 곳도 있었다"며 "5년 정도가 지나면 마을이 어느 정도 안착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비엔날레가 끝난 뒤 돈의문 박물관 마을엔 서울 도시정비 역사와 기록을 보여주는 전시관, 한옥체험시설, 유스호스텔, 공방, 서점 등이 들어선다.
마을 끄트머리에 있는 경찰박물관을 이전시키는 큰 숙제도 안고 있다.
서울시는 경찰박물관이 옮겨 가고 나면, 주변 건물과 비교해 지나치게 높아 경희궁을 가리는 건물의 층수를 낮출 계획이다. 고층 건물을 헐지 않고 윗부분만 깎아내는 기법을 활용한다.
돈의문 박물관 마을과 함께 서울비엔날레의 주요 무대가 되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선 세계 50개 도시의 공공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도시전'이 열린다.
하이라이트는 평양 아파트를 그대로 재현한 '평양살림'이다. 북한에서 입수한 가구와 가전용품, 집기를 채워 평양 주민의 삶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일본 도쿄 '야네센 거리'를 소개하는 전시도 눈길을 끈다. 80년 된 커피숍, 120년 된 과자 가게, 200년 된 목욕탕을 개조한 갤러리 등이 있는 이 거리는 일본 고유의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훌륭하게 옛것을 보전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야네센은 서울 도시재생 사업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는 게 비엔날레 주최 측 설명이다.
서울비엔날레는 11월 5일까지 두 달간 이어진다.
c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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