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절대평가 최대 걸림돌 '변별력 논란'…1년내 해법 찾을까
동점자 내신 활용·점수제 절대평가 등 제안
(세종=연합뉴스) 고유선 기자 = 대학수학능력시험 전 과목 절대평가 전환이 여론의 반발에 부딪히면서 정부가 가장 큰 걸림돌인 변별력 확보 방안을 어떻게 마련할지 관심이 쏠린다.
교육부는 중장기 대입제도 개선에 대한 정책연구를 바탕으로 내년 8월까지 2022학년도 수능 개편안을 마련한다고 31일 밝혔다.
창의·융합형 인재를 길러내고 학생들이 문제풀이식 수업이 아닌 진로와 적성에 맞는 과목을 선택해 들을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현 정부의 교육개혁 방향인 만큼 절대평가 영역을 늘린다는 방향성은 유지될 전망이다.
문제는 변별력 논란이다.
정부가 이날 수능 개편을 1년 유예하기로 한 것 역시 변별력 약화로 수능이 대입 전형자료로의 역할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개편 시안 발표 직후인 이달 11일 마련한 공청회에서도 이런 지적이 나왔다.
송현섭 도봉고 교감은 "수시전형 비율이 74%, 정시 비율이 26%인 현 시점에서 보면 수능은 학생 선발도구로의 수명을 다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하지만 수능을 대체할 합리적 평가도구가 없고 (전 과목을 절대평가할 경우) 면접 등 교육현장에 부담을 주는 새로운 선발 방법이 생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등장한 대안은 수능을 절대평가로 전환하되 보완 지표를 두는 것이다.
송인수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는 고교 내신성적 일부를 활용하는 방안을 내놨다.
송 대표는 "9등급 절대평가 체제 안에서 동점자에 한해 고교 2∼3학년 선택과목 중 전공 적합성에 맞는 과목의 내신을 반영할 경우 정시 운영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럴 경우 내신성적에 대한 학생 부담이 늘고, 성취평가제가 도입돼 내신까지 절대평가 한다면 대학 입장에서는 이 역시 변별력이 떨어진다고 여길 수 있다.
과거 학력고사처럼 등급제가 아닌 점수제 절대평가를 혼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행 수능 성적표에는 원점수가 아니라 자신의 점수가 평균보다 얼마나 높은지 또는 낮은지를 나타내주는 '표준점수'가 표시된다.
이 범 교육평론가는 "SAT(미국 대학입학자격시험)나 유럽의 논술형 대입시험은 모두 원점수가 나오는 점수제 절대평가"라며 "등급제 절대평가와 일부 과목의 점수제 절대평가를 혼용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전면 절대평가를 주장하는 쪽에서는 원점수를 공개하는 순간 서열화라는 상대평가 제도의 문제점이 되살아난다고 지적하고 있다.
면접을 허용하되 선행학습금지법 등을 통해 학생·학부모의 부담이 늘지 않도록 교육당국이 철저하게 통제하면 된다는 대안도 있지만 이 역시 사실상의 대학별 고사가 부활할 수 있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이런 한계점 때문에 정부가 전 과목 절대평가 도입에 성공하려면 한 해 동안 변별력 논란을 잠재울 묘안을 찾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입학업무 경험이 있는 서울 소재 사립대의 한 교수는 "정시모집이 여전히 존재하고 학생부 외에 다른 전형요소가 필요한 상황에서 수능 절대평가화의 요건은 학생들과 대학이 수긍할 만한 방식의 변별력 확보"라고 말했다.
cin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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