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댓글' 檢 추가증거, '원세훈 선거개입' 유죄 결정타(종합)
법원, 추가수사된 '국정원 회의 녹취록-SNS 보고서'도 유죄 입증 자료로 판단
대법 취지 따라 '무더기 파일' 인정 안했지만 '트위터·각종 문건' 조합 인정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강애란 기자 = 국가정보원의 사이버 여론조작 활동이 18대 대선에 개입한 불법 선거운동으로 인정되고 이에 따라 원세훈 전 원장의 국정원법 위반뿐 아니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도 유죄가 선고됐다. 그 배경에는 검찰이 파기환송심에서 추가로 제출한 국정원 회의 녹취록과 보고서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7부(김대웅 부장판사)는 이날 원 전 원장의 국정원법 위반 혐의만 유죄로 봤던 1심과 달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도 유죄로 판단했다. 국정원 심리전단 활동이 '선거개입'이라고 인정한 결과다.
먼저 재판부는 대법원의 파기환송 취지에 맞춰 '425 지논', '시큐리티' 등 대규모 파일들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이와 다른 근거를 바탕으로 국정원 직원들의 트위터 활동을 1심보다 폭넓게 인정했다.
재판부는 "트위터 계정 관리를 위한 애플리케이션의 일종인 '트윗덱'을 통해 20차례 이상 동시에 글을 쓴 트위터 계정은 동일 인물이 사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국정원 트위터 계정으로 인정하는 범위를 넓혀 잡았다.
구체적으로 비교하면 파기환송 전 1심은 175건의 트위터 계정을 인정했고, 2심은 대규모 파일들을 근거로 대폭 늘어난 716개 계정을 인정했는데, 파기환송심은 대규모 파일을 배제하고도 391개 계정을 인정했다. 일종의 '절충적' 판단인 셈이다.
이에 더해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새 정부 출범 이후 국정원이 자체 조사해서 검찰에 넘긴 각종 문건의 증거능력도 인정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파기환송심에서 제출한 국정원의 2009년 6월 19일자 부서장 회의 녹취록, 청와대에 보고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선거 영향력 진단 및 고려사항' 등 10여 건의 문건을 유죄 판단 근거로 들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원 전 원장이 전 부서장 회의에서 선거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야당이 승리하면 국정원이 없어진다'고 강조했는데, (이 발언을 들은) 직원들로서는 선거에 영향을 주는 활동을 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SNS 관련 보고서에는 '야당에 점령당한 SNS에서 허위정보가 유통되고 민심이 왜곡되는 것을 차단해야 한다'는 내용이 기재됐다"며 "국정원은 평상시에도 각종 선거에서 여당의 승리를 목표로 대책을 수립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재판 과정에서 원 전 원장 측은 회의록 내용에 대해 "간부들과 나라를 걱정하며 나눈 이야기"라며 선거개입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같은 판단은 파기환송 전 2심에서 트위터 글을 대량으로 분석해서 유죄 논리로 구성했던 것과 차이를 보인다.
기존의 2심은 먼저 국정원 직원들의 글을 '정치 관련 글'과 '선거 관련 글'로 나눈 뒤 선거운동 기간에 선거 관련 글의 비중이 월등히 높았던 점을 토대로 선거개입을 인정했다.
반면 파기환송심은 트위터 글을 대량으로 분석하지 않고도 유죄 논리를 구성해 대법원이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했던 증거들을 사용하지 않고도 원 전 원장의 선거법 위반 혐의에 유죄를 선고하는 방법을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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