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일본까지 끌어들인 北도발, 단호한 대응은 당연했다
(서울=연합뉴스) 북한이 29일 오전 중거리급 이상의 탄도미사일을 북태평양으로 발사하는 도발을 또 감행했다. 평양 북쪽 순안비행장에서 발사된 이 미사일은 일본 상공을 통과해 약 2천700㎞를 날아가다 해상에 떨어졌다. 북한은 이전과 달리 미사일을 고각이 아닌 정상각도로 발사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의 마지막 관문인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실전적 환경에서 시험하려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도발은 국제사회의 제재에 아랑곳하지 않고 미사일 체계 개발을 완료할 때까지 시험발사를 계속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난 26일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한 데 이어 사흘 만에 더 노골적인 도발에 나섬에 따라 북한과의 대화국면이 올 것이라는 기대는 물거품이 된 듯하다. 당장 한미일의 요청으로 북한에 대한 제재강화를 논의할 유엔 안보리 긴급회의가 소집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북한의 도발 직후 전화통화에서 "지금은 북한과 대화할 때가 아니다"라는 견해를 공유했다고 한다. 북한의 도발로 한반도 긴장이 다시 고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고 하겠다.
우리 군은 북한이 쏜 미사일이 중거리탄도미사일(IRBM)급 '화성-12형'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분석 중이다. 화성-12형은 북한이 '괌 포위사격'을 위협할 때 거론한 미사일이다. 군 당국의 분석이 맞는다면 이번 도발은 괌 포위사격이 언제든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데 목적이 있었던 것 같다. 다만 괌 쪽으로 발사했다가는 미국의 보복을 초래할 수 있어 북태평양 상공으로 쏜 것으로 분석된다. 대신 일본 홋카이도(北海道) 에리모미사키(襟裳岬) 상공을 통과시켜 일본도 북한의 사정권에 있다는 점을 은근히 부각시키며 무력시위 효과를 극대화했다. 이번에 발사된 미사일의 최대 고도가 550여㎞여서 통상 100㎞ 정도만 인정하는 영공을 침범했다고는 할 수 없지만 북한의 로켓이 아닌 탄도미사일이 일본 상공을 통과한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일본은 이 때문에 미사일 발사 5분 뒤 전국 경보시스템을 통해 주민 대피령을 발령하고, 아베 총리는 "전례 없이 심각하고 중대한 위협", "폭거"라고 규탄했다.
북한의 중거리급 미사일 발사 도발에 대해 우리 정부도 단호히 대응했다. 사흘 전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도발에 대해 '300㎜ 방사포'로 전략적 도발이 아니라고 했던 때와는 사뭇 분위기가 달라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강력한 대북 응징 능력을 과시하라"고 지시했다. 이 지시에 따라 F-15K 전투기 4대가 즉시 출격해 MK-84폭탄 8발을 태백 필승사격장에 투하하는 훈련을 했다. 무게가 1t에 달하는 MK-84는 유사시 북한 전쟁지휘부 벙커를 파괴하는데 동원된다. 국방과학연구소(ADD)는 지난 24일 이뤄진 사거리 500㎞(현무-2B), 800㎞(현무-2C)의 신형 탄도미사일에 대한 마지막 전력화 비행시험 영상을 공개했다. 이와 함께 B-1B 전략폭격기 등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도 검토 중이라고 발표했다. 정부로서는 북한이 용인할 수 있는 선을 넘어섰다는 판단에 따라 지금 상황에서 가능한 조치들을 발 빠르게 취한 것으로 평가한다. 이 정도 조치로 우리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북한에 충분히 전달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대화에만 급급해 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외교·안보진용 책임자들이 일제히 미국 측과 전화통화를 하고 대북 공조방안을 논의한 것도 주목된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 회의를 주재한 뒤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전화로 대북정책에 관한 의견을 교환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 정경두 합참의장은 조지프 던퍼드 미국 합참의장과 각각 통화를 갖고 대북제재 강화와 전략자산 전개 방안 등을 논의했다. 다만 양국 대통령 간의 통화는 이뤄지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아베 총리와 40여 분간 전화회담을 하고 "미국은 동맹인 일본과 100% 함께 할 것"이라고 방위공약을 재확인한 점을 들어 일각에서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만한 사정이 있었겠지만 한미 정상 간 통화가 이뤄지지 않은 것은 아쉽다. 북한은 ICBM과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개발을 완료할 때까지 시험발사를 계속할 것이며, 9월 9일 북한 정권수립일 등에 맞춰 추가 도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국정원 분석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대화의 모멘텀을 잡으려고 서두르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은 좋지 않다. 미국과의 동맹관계에 틈이 생기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하면서 때를 기다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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