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외교장관의 '북핵 대화' 낙관론, 배경에 뭔가 있나
(서울=연합뉴스) 정부가 북한을 향해 강력한 대화 촉구 메시지를 다시 던졌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8일 외교부 청사 브리핑에서 한반도 상황의 관리를 전제로 10월 중 북핵 대화 가능성을 거론한 것이다. 그는 "10월까지 주요 계기, 즉 10·4선언(제2차 남북정상회담 합의문) 10주년, 10월 10일 북한 당 창건일까지 상황이 잘 관리된다면 비핵화 대화를 위한 외교가 작동할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부 장관이 상대방이 있는 상황에서 구체적인 날짜까지 거론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물밑에서 뭔가가 꽤 진전된 상황이 아니라면 하기 어려운 발언이다. 강 장관은 "북한은 분명히 미국과의 대화를 원한다"고도 했다. 그는 "어떻게 해서든 대화의 물꼬를 터야 한다", "핵 문제든 남북 접촉에서든 기회가 있을 때 적극 잡아야 한다"고 대화 필요성을 강력히 개진하기도 했다. 최고조에 달했던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하고 장기 교착상태에 빠진 북핵 대화를 어떻게든 끌어내겠다는 우리 정부의 강한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오랫동안 단절된 남북대화 복원과 관련해 강 장관은 통일부의 노력과는 별도로 남북 모두 공관이 있는 국가들에서 적극적인 대북 접촉에 나서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현재 남북 간의 모든 채널이 끊겨 있는 만큼, 외교 채널을 통해 "대북 설득"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북한의 반응을 지켜봐야 하겠지만, 남북대화를 복원하려는 우리 정부의 의지를 확인하기에는 충분하다. 강 장관은 "비록 북한이 호응하고 있지 않으나 인내심을 갖고 주도적으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성공단 재개 문제도 거론했다. "국제사회의 제재 틀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라는 전제를 달기는 했지만, "이 문제를 검토하고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국내외에서 논란이 예고되는 예민한 사안이어서 정부의 정교한 대응이 필요하다.
궁금한 것은 강 장관의 이날 발언에서 드러난 우리 정부의 입장이 미국과 어느 정도 조율을 거쳤느냐 하는 점이다. 며칠 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의 대북 유화 발언들을 고려하면, 강 장관의 이날 발언은 한미 간에 일정한 조율 과정을 거친 결과일 수도 있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는 결국 북·미 양국이 중심이 되어 진행될 것인 만큼, 정부는 현 단계부터 미국과의 긴밀한 공조와 조율을 무엇보다 우선시할 필요가 있다. 비핵화를 위한 북미 간 대화와 남북대화를 두고 한미 간에 '역할 분담'을 할 수는 있지만, 회담의 목표는 물론 과정과 수단 등 모든 사안에 걸쳐 세밀하게 서로의 입장을 조율해야 북한에 끌려다니지 않고 주도할 수 있다. 한미 간에 한치의 틈새도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북한이 호응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기 때문이다. 최근 행태를 보면, 우리 정부의 이런 구상에 북한이 호응할지는 일단 회의적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틸러슨 국무장관의 대북 유화 발언에도 불구, 지난 26일 동해 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세 발을 발사한 것을 보면 북한이 과연 대화할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이 드는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급이 아닌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활용한 '저강도 도발'이어서 북한이 오히려 미국과의 대화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지만, 탄도미사일 시험을 금지한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또다시 위반했다는 점에서 사안은 가볍지 않다. 더욱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25일 북한군 특수부대의 백령도·연평도 점령훈련을 참관하면서 "서울을 단숨에 타고 앉으며 남한을 평정할 생각을 해야 한다"고 위협한 것은 가볍게 보기 어려운 발언이다. 체제 보장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원한다면, 북한은 더 이상의 도발을 멈추고 대화의 장으로 나와야 할 것이다. 우리 정부도 북핵 해결과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대화를 추진은 하되, 대화를 위한 대화에 매달려서는 안 된다. 그리고 대화를 추진하더라도 국방안보 태세는 철통같이 유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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