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대북제재는 어디까지…'순망치한' 북중관계 딜레마 노출
실효성 의문…"北 핵개발 의욕만 자극" "미국에 보여주기 제스처"
(서울=연합뉴스) 박인영 기자 = 중국의 대북제재 강화가 양국의 상호의존 때문에 딜레마에 빠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중국의 대북제재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관측 속에 북한이 다시 단거리 발사체를 발사하면서 실효성에 대한 회의론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
28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정부가 유엔 안보리의 새 대북제재에 동참해 지난 15일부터 북한산 제품의 수입을 전면 금지했음에도 북한이 다시 도발에 나서자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금수조치가 어느 정도나 효과를 거둘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이 유엔의 새 대북제재에 동참하면서 지정한 북한산 금수 품목은 석탄과 철, 철광석, 납, 납광석, 수산물 등이다.
북한은 지난해 이 품목들로 15억달러(1조6천800억원)의 대중 수출액을 기록했는데 이는 지난해 북한 전체 대중 수출액의 60% 규모다.
지난해 북한의 대중 수산물 수출액은 1억9천만달러(약 2천128억원)였고 올해도 금수조치가 시행되기 전인 2분기까지 수산물 수출로 6천800만달러(약 761억6천만원)를 벌어들였다.
양국의 이런 교역관계 때문에 유엔의 새 대북제재와 그에 따른 중국의 금수조치 이면에는 북한의 돈줄을 차단하면 핵·미사일 개발 프로그램 중단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국제사회의 기대가 깔려 있었다.
이런 기대와는 달리 전문가들은 대북제재가 북한 정권의 핵개발 야욕을 꺾기는커녕 오히려 기름을 부을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쑨싱제 중국 지린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북한이 수출로 벌어들인 자금의 상당 부분이 군사력 증강에 투입됐다면서 "이번 제재로 김정은이 압력을 느끼게 되겠지만, 오히려 그를 자극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국제사회의 위협이 커질수록 김정은이 핵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하게 될 수 있다며 "그것이 그가 북한 정권의 존립을 보장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버드 케네디스쿨의 존 박 선임연구원도 "강대국이 아닌 나라가 핵탄두 탑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보유한 적이 없었다"며 "김정은 정권은 역사에 한 획을 긋기 직전이라는 데 희열을 느끼고 있다"고 분석했다.
호주 시드니대 저스틴 헤이스팅스 수석연구원은 "중국과 북한 간 밀무역이 성행하는 현재의 관행과 시간이 지날수록 느슨해졌던 역대 대북제재 사례를 고려할 때 북한 경제에 대한 이번 제재의 효과도 완전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북한은 단기적으로는 타격을 받겠으나 중국 정부가 접근법을 완전히 바꾸지 않는 한 장기적으로 북한은 (대북제재에)적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북제재에도 도발을 멈추지 않는 북한에 대해 언제까지, 어느 정도의 압력을 가해야 할지도 중국 정부로서는 고민거리다.
SCMP는 중국이 북·중 관계를 설명할 때 주로 사용해온 '순망치한'(脣亡齒寒)이라는 표현을 소개하면서 '이가 없으면 입술이 시린' 양국의 특수한 관계 때문에 북한의 계속된 도발로 중국 정부가 딜레마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순망치한은 6·25 전쟁 당시 마오쩌둥(毛澤東) 주석이 다른 중국 지도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인민지원군을 파병하겠다며 내세운 논리이기도 하다.
그러나 김정은 위원장의 집권 이후 양국 간의 오랜 '혈맹' 관계에 변화가 감지됐다.
김 위원장은 할아버지나 아버지와 달리 집권 이후 중국 지도부와 한 차례도 만나지 않았다.
그가 2013년 중국 공산당 주요 인사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던 고모부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을 처형하고 올해 중국이 보호하던 이복형 김정남까지 암살한 데 이어 잇단 미사일 도발까지 더해지면서 양국 관계는 급속히 냉각됐다.
그런데도 그동안 중국 정부는 대북제재에 동참하라는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압박에 소극적인 대응으로 일관해 비난을 받았다.
중국이 대북제재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던 것은 북한의 핵능력에 우선순위를 두는 미국 정부와 달리 중국 정부의 우선순위는 북한 정권의 안정이기 때문이라고 SCMP는 지적했다. 중국 정부가 가장 우려하는 시나리오가 북한 정권의 전복이라는 설명이다.
북한 정권이 전복될 경우 중국 정부로서는 당장 북한에서 밀려올 수백만명의 난민을 어떻게 처리하느냐도 골칫거리다.
여기에 더해 한반도에서 북한 정권이 사라지고 나면 미군이 주둔하는 친미 성향의 통일 한반도를 이웃으로 두게 될 가능성도 중국으로서는 피하고픈 상황이다.
이런 이유로 그동안 중국 정부는 북한의 정권 전복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는 대북 지원 중단이나 금수조치 등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다고 신문은 전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비록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동참하고 있지만 북한에 대한 제재를 장기간 지속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무모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외대 황재호 교수는 "중국이 신속하게 북한에 대한 금수조치에 나선 것은 북한 경제에 타격을 주려는 목적이 아니다"라며 "중국 정부가 북한에 불만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미국 정부에 보여주기 위한 제스처였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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