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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폭의 동양화 같은 야외오페라 '동백꽃 아가씨'…7천명 '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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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폭의 동양화 같은 야외오페라 '동백꽃 아가씨'…7천명 '탄성'

시각美 돋보여…한국적 해석 신선했지만 "어색" 평가도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26일 오후 8시 서울올림픽공원 내 88잔디마당에서 열린 야외오페라 '동백꽃 아가씨'는 한 폭의 동양화 혹은 한 편의 패션쇼를 보는 것 같은 즐거움을 관객들에게 선사했다.

푸릇푸릇한 잔디밭 위에 세워진 지름 24m의 원형 무대, 이를 병풍처럼 둘러싼 대형 발광다이오드(LED) 스크린에는 동백꽃을 으깨어 놓은 듯한 붉은 빛이 가득했다.

화려한 미장센으로 무장한 '동백꽃 아가씨'는 산만해지기 쉬운 야외오페라 관객의 눈을 사로잡는 데에는 확실히 성공했다. 그러나 음악과 텍스트 분석에서는 다소 허술한 연출력을 드러내기도 했다.

◇ 패션쇼 방불케 한 의상·한 폭의 그림 같은 무대

'동백꽃 아가씨'는 25억원에 달하는 예산 투입, 유명 패션 디자이너 출신 정구호의 첫 오페라 연출, '라 트라비아타'의 한국적 재해석 등으로 진작부터 문화예술계의 이목이 쏠린 공연이었다.

이날 베일을 벗은 '동백꽃 아가씨'에서 가장 눈길을 사로잡은 부분은 한복 패션쇼를 보는 듯한 의상이었다.

국립무용단의 '향연'과 '묵향'을 통해 모던한 한국 무용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정구호식' 미장센은 이번에도 객석의 탄성을 자아냈다.

18세기 프랑스 사교계 꽃인 '비올레타'(소프라노 이하영)는 조선 시대의 최고 기생으로 변신해 붉은 기생복, 무지개떡 모양의 속치마, 5m 길이의 자수가 놓인 소복 등으로 오페라 관객들의 귀뿐 아니라 눈도 즐겁게 했다.

프랑스 귀족 청년 '알프레도'(테너 김우경)는 푸른 도포 자락과 검은 상투관을 쓴 양반 가문의 자제로 그려졌다.

어둠이 내려앉은 밤하늘과 푸른 잔디밭 사이 설치된 대형 LED 스크린에서는 연신 붉은 동백꽃이 피고 지며 조선 시대 그림을 감상하는 것 같은 느낌을 줬다.

전통적 오페라 무대와 달리 오케스트라가 무대 뒤편에 배치된 데다가 한국 무용수들의 전통 춤사위까지 더해져 더욱 이색적인 풍경이 연출됐다.

배우 채시라는 막과 막 사이에 변사(辯士)로 출연해 관객들의 극 이해를 돕는 역을 맡았다. 옛 무성영화에서나 볼 수 있던 변사의 등장도 한국적 분위기를 더하는 데 큰 몫을 했다.




◇ 야외오페라 '악몽' 벗어…"오페라보다는 이벤트에 그쳐" 지적도

사실 '동백꽃 아가씨'는 개막 전 기대만큼이나 우려도 모았다.

평창동계올림픽 성공 개최를 기념하는 특별 공연인 만큼 대규모 관객과 함께하기 위해 야외오페라 형식을 취했지만, 그간 국내 야외오페라 역사는 '악몽'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2003년 서울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투란도트', 같은 해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아이다', 2012년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열린 '라보엠' 등은 성악가의 목소리가 제대로 객석에 전달되지 않는 질 낮은 음향과 관람 환경 등으로 '운동장 오페라'라는 혹평을 받았다.

야외오페라 특성상 이번에도 마이크가 사용됐다는 점에서 실내 오페라 같은 섬세한 사운드를 들을 수는 없었지만, 65개의 스피커를 통해 비교적 깨끗하고 또렷한 노래가 객석에 전달됐다.

한국인 테너 최초로 2004년 플라시도 도밍고 국제콩쿠르에서 우승한 테너 김우경과 독일의 함부르크 국립극장 주역 가수로 활동 중인 소프라노 이하영은 풀벌레와 주변 소음 등의 악조건 속에서도 절창(絶唱)을 보여줬다.

다만 "예쁜 무대와 의상" 이상의 연출은 없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프랑스 귀족 사회를 조선 시대로 급하게 바꾸다 보니 몇몇 어색한 지점도 눈에 띄었다. 그 유명한 '마드리드의 투우사' 장면은 조선 시대 양반 문화를 상징하는 책가도(冊架圖·책장과 서책을 중심으로 하여 각종 문방구와 골동품, 꽃 등을 그린 그림)를 배경으로 해 고개를 갸우뚱하게 했다.

오페라 연출가 장수동은 "LED와 경사진 원형 무대에서 펼쳐진 무용 패션쇼 혹은 이벤트에 다름없었다"며 "텍스트와 음악에 더 충실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용숙 오페라 평론가는 "국내에서 치러진 야외오페라를 돌이켜봤을 때 오늘 무대는 분명 눈길을 사로잡는 부분이 많다"면서도 "다만 섬세하지 못한 연출력과 극 해석은 아쉬웠다"고 평했다.


sj997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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