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대 사태 해법] 전문가 "위해성 평가 끝나야 불안감 해소"
"지나치게 걱정말고 생리통 심각 등 이상징후시 전문가 상담"
(서울=연합뉴스) 한미희 기자 = 이번 부작용 생리대 논란을 통해 확인된 근본적인 문제는 생리대에 어떤 화학 물질과 성분이 얼마나 포함돼 있는지, 그것이 건강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해 아무런 연구와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여성이 40년 동안 약 1만 개의 생리대를 사용하는데도, 민감한 신체 부위에 직접 사용하는 생리대가 여성 건강에 끼칠 수 있는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는 것이다.
현행법상 생리대 관련 규제는 색소, 산·알칼리, 형광증백제, 포름알데히드 등 9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부작용 논란이 시작됐을 때 "국내는 물론 전 세계에 휘발성유기화합물이 생리대 품질 기준에 포함된 나라는 없다"며 미온적으로 대응했다.
유럽을 비롯한 대다수의 나라에서 생리대는 일반 공산품으로 관리되고 있으며, 제품별로 허가신고를 해야 하는 의약외품으로 관리하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 정도라는 것이다.
여성환경연대는 지난 3월 국내 유통 중인 제품 10종을 조사한 결과 휘발성유기화합물을 포함한 유해물질 22종이 검출됐다며 식약처에 생리대에 대한 전수조사를 촉구해 왔다.
이 단체는 "실험에서 검출된 휘발성유기화합물 외에도 유해 가능성이 있는 물질을 조사 항목에 추가하고 소비자들이 호소하는 피해를 설명할 수 있는 역학조사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검출 실험은 생리대 전 제품의 안전성 검사를 촉구하기 위한 사전 조사 차원에서 추진된 것"이라며 "일회용 생리대와 건강 부작용과의 인과관계에 대한 연구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식약처가 뒤늦게나마 전수조사를 결정하고 가장 위해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진 휘발성유기화합물 10종을 우선 조사하겠다고 밝혔지만, 전문가들은 휘발성유기화합물을 포함한 각종 유해물질에 대한 위해성 평가가 급선무라고 입을 모았다.
고민환 을지의대 산부인과 교수는 "실제 생리대를 사용한 여성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의심할 수는 있겠지만 (인과관계 등을 증명한) 연구결과가 없으므로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단정적으로 얘기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김동석 대한산부인과의사회 회장은 "생리주기는 여성의 식습관, 스트레스, 피로, 의약품 복용 등 외부 요인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부작용을 판가름하기가 쉽지 않다"며 "정부가 국민의 불안을 잠재울 수 있도록 신속하게 제품을 검사해 발표해야만 전문가들도 이에 따른 대응 요령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식약처의 대책 회의에 참석한 한 전문가는 "생리대에서 나오는 휘발성유기화합물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았으므로 지나치게 우려하지 말고, 생리통이 심해지고 생리주기가 변하면 우선 전문의의 진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식약처는 휘발성유기화합물를 포함한 104종의 유해물질에 대한 검출법과 검출량, 위해성 평가, 품질 기준 등이 포함된 종합적인 연구는 애초 내년 10월에서 최대한 앞당겨 마무리하고 그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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