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광풍] 전세계 거래소 3분의1 해킹 경험…그중 절반은 폐쇄
국내선 온라인쇼핑몰 취급해 금융회사 수준 보안 갖출 필요 없어
"가상화폐 거래소 인가제 도입 등 제도화 필요"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지만 정작 가상화폐가 사고 팔리는 거래소의 안전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27일 한국은행이 발간한 '분산원장 기술의 현황 및 주요 이슈' 보고서를 보면 2009∼2015년 전 세계 비트코인 거래소 중 3분의 1이 해킹을 당했고 그중 절반이 손해를 견디다 못해 사업을 접었다.
일본의 비트코인 거래소 마운트곡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2014년 2월 당시 전 세계 비트코인 거래의 70%를 담당했던 마운트곡스는 해킹으로 4억5천만달러(약 5천71억원)어치 비트코인을 분실했다고 주장하며 법원에 청산을 신청했다.
피해 중 일부는 내부 소행으로 의심돼 마크 카펠라스 마운트곡스 대표가 이듬해 8월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시스템을 조작해 자신의 현금과 비트코인 잔액을 부풀리고 고객이 유치한 현금을 유용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거래소 해킹은 최근에도 이어졌다. 지난해 8월 홍콩의 비트코인 거래소인 비트피넥스는 해킹으로 6천500만달러 상당의 비트코인이 털렸다.
피해의 실체가 불분명한 마운트곡스를 제외하면 비트코인 역사상 최대 규모의 도난 사건이다.
국내에서는 올해 4월 야피존이라는 거래소가 해킹으로 55억원어치 비트코인이 도난당했다.
또 다른 가상화폐 거래소인 빗썸은 6월에 직원 PC가 해킹돼 고객 정보가 유출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가상화폐 거래소의 해킹이 이어지는 것은 가상화폐의 가치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지만 거래소의 보안은 취약한 탓이다.
가상화폐의 법적 지위가 모호해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규제가 느슨한 제도 미비도 일조했다.
현재 국내에서 가상화폐 거래소는 온라인쇼핑몰과 같은 통신판매업자로 등록돼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을 적용받고 있다.
정식 화폐는 아니지만 정식 화폐로 교환될 수 있는 가상화폐를 매매하는 장소가 금융회사 수준의 보안을 갖출 필요가 없는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규제의 불확실성과 투명성 부족으로 소비자 보호가 취약하다며 디지털통화(가상화폐)가 법정 통화로 변환되는 거래소를 규제하고 지속해서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적으로 규제의 틀을 만들어가는 움직임이 없지는 않다. 일본은 지난 5월 자금결제법을 개정해 비트코인을 합법적인 결제수단으로 인정하고 가상화폐 거래소 등록제를 도입했다.
미국 뉴욕주는 비트코인 거래를 원하는 기업에 '비트라이선스'를 부여하는 규제를 시행 중이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11월 '가상통화 제도화 태스크포스'를 꾸려 제도화 방안을 논의하고 있으나 아직 뚜렷한 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현재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발의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이 가상화폐 거래소의 제도화를 위한 유일한 가시적인 성과다.
개정안은 가상화폐 거래소가 일정한 수준의 자기자본과 인력, 전산설비 등을 갖추고 금융위원회의 인가를 받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우리나라의 가상화폐 거래소 규모가 전 세계 최상위에 속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거래소 규제 도입은 시급한 문제다.
글로벌 가상화폐 거래소 정보 제공업체인 '익스체인지워'에 따르면 24시간 거래량 기준으로 빗썸이 전 세계 1위, 코인원 7위, 코빗이 10위를 기록하며 국내 3대 거래소가 글로벌 톱텐(10) 안에 들었다.
김진화 코빗 이사는 "2013년 이후 가상화폐 거래소에 벤처캐피탈의 투자가 진행되면서 더는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지는 않고 있다"면서도 "일본과 같이 최소한의 요건을 갖춘 사업자가 거래소를 운영하고 소비자는 그렇게 확인된 곳에서 거래할 수 있게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pseudoj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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