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보 주가조작 사건에서 최규선까지'…썬코어 상폐 위기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한때 '루보'라는 사명으로 증권가에 '피바람'을 일으킨 코스닥 상장사 썬코어[051170]가 상장폐지의 기로에 섰다.
38배 폭등, 11일 연속 하한가, '최규선 게이트' 장본인 최 회장의 인수와 그의 잠적 등 투자자들의 애간장을 졸이게 한 썬코어의 '기구한 운명'이 새삼 조명받고 있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썬코어는 올해 연결·별도기준 반기보고서에 외부감사인의 감사의견으로 각각 '의견거절'을 받아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했다.
외부감사인인 신화회계법인은 "계속기업 존속 능력에 대한 불확실성"을 의견거절 사유로 밝혔다.
썬코어는 3월 공시한 2016년 감사보고서에서도 같은 사유로 감사인의 '의견거절'을 받았다.
상장폐지를 피하려면 썬코어는 이의신청을 통해 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의 심사를 받고 개선 기간에 현재 위기에 몰린 재무상태를 개선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2000년 상장 이후 17년 만에 상장폐지의 운명을 맞게 된다.
썬코어가 증시 퇴출 기로에 놓이면서 이 회사의 과거사가 주목을 끌고 있다.
썬코어는 과거 사명 '루보'로 더 잘 알려졌다. 자동차 등에 들어가는 베어링을 생산하는 중소기업 루보는 '루보 주가조작' 사태에 연루되면서 투자자들에게 이름이 알려졌다.
루보 주가조작 사태는 제이유 그룹 전 부회장 김모씨 형제가 주가조작 전문가들을 끌어들여 루보의 주가를 조작하고 100억원 이상의 부당이득을 챙긴 사건이다.
이들은 자금 1천500억원을 모집해 700여개 차명계좌를 동원하고 고가매수 주문 등으로 주가를 끌어올렸다.
이런 수법에 루보의 주가는 6개월 만에 1천360원에서 5만1천400원까지 무려 38배로 치솟았다.
주가가 정점에 달했을 때 이 회사의 시가총액은 5천175억원. 당시 코스닥 시총 상위 20위 내에 드는 수준이었다. 연간 226억원 매출에 9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소규모 회사에 걸맞지 않은 옷이었다.
이상 징후를 포착한 검찰이 '자동차 부품업체 L사'와 관련한 시세조종 행위를 조사한다고 밝히자 루보의 '대폭락'이 시작됐다.
루보 주가는 11일 연속 가격제한폭으로 추락했다. 5만1천400원이던 주가는 11일 후 8천750원까지 주저앉았다. 원래 주가 수준인 2천원대로 내려가기까지 한 달밖에 걸리지 않았다.
작전에 휘말린 줄 모른 채 고점에 루보의 주식을 사들인 투자자는 큰 손실을 봤다.
루보가 최규선 회장과 인연을 맺은 것은 주가조작 사건으로부터 8년여가 지나서다.
최 회장은 루보를 인수해 2015년 7월 취임했으며 '기업 이미지 제고와 브랜드 가치 향상'을 위해 사명도 '썬코어'로 변경했다.
최 회장은 김대중 정부 시절 각종 이권에 개입하며 기업체 등으로부터 뒷돈을 받아 챙긴 권력형 비리 사건인 '최규선 게이트'의 장본인이다.
최 회장은 썬코어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거액의 프로젝트에 참여할 예정이라는 계획 등을 밝히며 주가 부양에 힘썼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의 집중 관심을 받은 썬코어의 주가도 다시 꿈틀거렸다.
하지만 최 회장은 다른 회사 자금 430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법정 구속됐다. 썬코어는 다시 하한가로 직행했다.
최 대표는 올 4월 구속집행정지 도중 도주했다가 보름 만에 붙잡히면서 다시 언론의 조명을 받았다.
썬코어의 직원들은 회사 살리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썬코어 노조는 이미 최 회장이 실형을 선고받은 혐의 외에도 추가로 횡령, 배임 의혹이 있다며 그를 검찰에 고발했다.
노조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10년 전 주가조작으로 지분 구조가 흔들리면서 기업사냥꾼들의 먹이가 됐고, 최 회장이 회사를 장악한 뒤에는 방만 경영과 실체 없는 신사업 등으로 운영비가 없어 공장 가동이 중지됐다"며 "썬코어가 정상화하려면 기업회생절차를 통해 공장을 가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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