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전문경영인 비상체제' 유지…계열사 자율권 강화
삼성전자는 권오현 부회장 중심 '3인 대표이사 체제'
(서울=연합뉴스) 이승관 기자 =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25일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받음에 따라 삼성그룹의 경영은 현재의 '비상체제'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특검이 적용한 혐의를 재판부가 대부분 인정하면서 이 부회장의 변호인단은 즉각 항소 방침을 밝혔고, 이에 따라 이번 소송은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커져 '총수 공백' 사태 장기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이건희 회장의 오랜 와병으로 '구심점'이 온전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룹을 진두지휘했던 미래전략실이 올해 초 해체된 데 이어 '총수 대행' 역할을 맡았던 이 부회장의 구치소 생활이 길어지면서 그룹 전체의 운명은 그야말로 안갯속에 빠진 형국이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1심 실형 선고로 인해 삼성의 리더십이 급격하게 무너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
삼성전자의 경영진은 공식적으로 4명의 상근 등기임원이 사업을 총괄하는 형태로 구성돼 있다. 권오현 DS(디지털솔루션) 부문장·윤부근 CE(소비자가전) 부문장·신종균 IM(인터넷·모바일) 부문장 등 3명의 대표이사가 각 사업부문을 총괄하고, 이 부회장은 사내이사 자격으로 경영 전반을 총괄한다.
미등기 임원으로는 총수인 이 회장과 함께 총 13명의 사장이 각 부문에서 '야전사령관' 역할을 하고, 이밖에 5명의 사외이사가 포진해 있다.
지난 2월 이 부회장의 구속 수감 이후 약 6개월간 '비상체제'가 큰 무리 없이 가동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촘촘한 경영시스템 덕분이다.
실제로 총수와 총수 대행이 모두 경영 일선에 없는 상황이었지만 일상적인 투자와 영업은 계속 진행됐고, 올해 들어 삼성전자를 비롯해 대부분의 계열사는 좋은 실적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도 그룹의 '맏형'격인 삼성전자는 권오현 부회장을 중심으로 전문경영인 비상체제를 계속 가동하면서 그룹 전체를 전반적으로 챙기되, 각 계열사의 자율권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런 상황은 말 그대로 '비상체제'라는 점에서 총수 공백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그룹은 '혼돈의 블랙홀' 속으로 빠져들 수 있다는 게 삼성의 걱정이다.
실제로 이 부회장이 구속수감된 이후인 올해 2분기에 삼성전자의 주요 경영전략과 대규모 투자, 인수·합병(M&A) 등을 결정하는 사내 경영위원회는 단 2차례만 열렸다.
모두 4차례의 경영위원회가 열렸던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개최 건수도 절반으로 줄어들었지만 의결한 안건의 무게감도 크게 떨어졌다.
삼성 관계자는 "일상적인 판단은 전문경영인이 할 수 있지만 그룹 전체의 명운이 걸린 전략적인 판단은 유보할 수밖에 없다"면서 "특히 이른바 '오너 리스크'로 인해 글로벌 경영에는 심각한 차질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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