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연합뉴스) 형민우 기자 = "기분이 좋고 아픈 가슴도 인제 안 아프네요."
25일 평생 모은 1억원을 소방공무원 자녀들의 장학금으로 써달라며 전남인재육성재단에 기부한 황경자(69·여)씨는 소감을 담담하게 밝혔다.
휴대전화 넘어 들려온 황 씨의 목소리는 잔뜩 쉬어 있어 병색이 역력해 보였다.
조심스럽게 건강에 관해 묻자 황 씨는 "올해 5월 폐암 4기 판정을 받았다. 병원에서 손을 대면 죽는다고 해서 항암도 안 받고 약도 안 먹는다"고 털어놨다.
19살 때 서울에 올라가 30여 년을 식당 보조와 주방장으로 일한 황 씨는 2000년에 순천에 내려왔다.
식당일을 하며 평생 돈을 모았지만, 황씨는 3천만원짜리 전세 아파트에 홀로 살며 남을 위해 돈을 썼다.
지난해 폐암 진단을 받았지만, 본인은 정작 치료를 받지 않고 라디오 방송에 매주 1만 원을 꾸준히 기부하는 등 나눔의 삶을 실천했다.
황 씨는 "뉴스에서 보니 소방관들이 장갑도 사서 써야 하고 힘들게 일을 하는 것 같아 항상 안타까웠다"며 "소방관 자녀들이 나중에 훌륭한 사람이 되어서 사회에 봉사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좋은 데 쓰기로 했으니까 잘 썼으면 좋겠다"며 "이제 얼마 못 사니까 더 어려운 사람들에게 주고 떠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장학금을 전달받은 김갑섭 전남지사 권한대행은 "소방공무원들의 노고에 관심을 두고 아름다운 기부를 실천한 것에 대해 감사드린다"며 "좋은 일들이 세상에 많이 알려져 나눔문화가 확산되면 좋겠다"고 밝혔다.
전남인재육성재단은 황 씨가 기부한 1억 원을 장학기금으로 적립해 매년 발생하는 이자로 '황경자 장학금'을 만들어 순천소방서 소방공무원 자녀들에게 지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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