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동영상' 촬영하고 돈 뜯은 공갈범 일당 모두 실형
징역 1년6개월∼4년6개월…법원 "갈취액 적지 않고 피해회복 가능성 희박"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등장하는 '성매매 의혹 동영상'을 촬영하고 이를 빌미로 이 회장 측에서 9억원을 뜯어낸 일당이 1심에서 모두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김수정 부장판사)는 25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공갈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CJ 제일제당 부장 출신 선모(56)씨에게 징역 4년 6개월을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함께 기소된 공범인 선씨의 동생(46)은 징역 3년을 선고받았고, 다른 공범 이모(38)씨는 이번 사건과 무관한 음주측정 거부 혐의가 함께 유죄가 나와 총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이 회장의 동영상을 촬영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중국 국적 여성 김모(30)씨는 징역 8개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협박에 가담한 공범들은 각각 징역 2년과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동영상 촬영에 관여한 선씨 형제와 이씨, 김씨는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명령도 받았다.
재판부는 대부분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며 "피해자로부터 갈취한 금액이 적지 않은 데다 피해가 전혀 회복되지 않았고, 피고인들의 경제적 능력 등에 비춰볼 때 앞으로도 피해를 회복할 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특히 카메라를 구매하도록 대금을 지원하는 등 범행을 공모한 형 선씨에 대해 "피고인 각각의 사회적 지위나 경력, 경제력, 역할을 고려하면 선씨의 역할 없이는 범행이 용이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다만 재판부는 선씨 등의 성매매 의혹 동영상을 배포하거나 제공한 혐의(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에는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들이 동영상을 담은 USB를 건넸다고 보기 어렵다"고 무죄 이유를 설명했다.
동생 선씨는 이씨, 김씨와 공모해 2011년 12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5차례 이 회장의 동영상을 촬영하고, 이를 빌미로 이 회장 측에 접근해 2차례에 각각 6억원과 3억원을 받아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형 선씨는 동영상 촬영에 필요한 카메라를 구매하도록 대금을 지원하는 등 공모한 혐의를 받았다.
한편 CJ 직원이었던 선씨가 가담한 것으로 드러나며 CJ가 사건에 조직적으로 개입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됐지만, 검찰은 수사 결과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재판에서도 검찰과 피고인 양측 모두 CJ 개입 의혹에 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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