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노동자' 아빠를 통해 세상을 만난 소년…'안녕 히어로'
쌍용차 해고노동자 다룬 첫 다큐멘터리 영화
(서울=연합뉴스) 김희선 기자 =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인 현우 아빠는 복직 투쟁의 선봉에서 7년째 결과를 알 수 없는 힘든 여정을 이어가고 있다.
현우는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나왔다"며 사람들 앞에서 연설하는 아빠가 멋지다가도 좀처럼 달라지지 않는 상황을 버티는 아빠가 답답하기도 하다.
생활기록부의 아빠 직업란에는 뭐라고 써야 할지 난감하고, 해고노동자의 자녀라는 이유로 관심과 걱정을 기울여 주는 선생님과 주변 사람들의 시선에 오히려 상처를 받기도 한다.
내달 7일 개봉하는 '안녕 히어로'는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를 다룬 첫 다큐멘터리 영화다.
한영희 감독은 치열한 투쟁 현장에서 한 발 벗어나 해고노동자 김정운 씨의 아들 현우의 시선을 따라간다.
아빠가 감옥에 가게 된 아홉 살 봄부터 열다섯 살 봄에 이르기까지, 아무런 결과도 내지 못하는 힘든 일을 이어가는 아빠를 이해할 수 없던 어린 현우가 점차 아빠의 인생을 마음으로 끌어안는 과정을 담담하게 담았다.
"쌍용차 송전탑 투쟁이 시작되던 무렵, 쌍용차 문제를 다큐멘터리로 만들기로 마음먹고 해고노동자들을 만나고 다녔어요. 그들이 털어놓은 가장 큰 고충은 가족과 함께 투쟁해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아이들이 점점 커가는데 자신의 상황을 이해시키는 게 쉽지 않다고들 했죠."
24일 시사회에 참석한 한 감독은 "쌍용차 투쟁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가족과 자녀들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며 "해고자의 어린 자녀들도 함께 이 시간을 견뎌오고 아빠의 투쟁을 진심으로 응원해왔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영화는 아빠를 바라보는 현우의 복잡 미묘한 감정을 담으면서 현우가 아빠를 통해 세상을 보면서 깨달음을 찾아가는 과정에 주목한다.
아빠의 투쟁 과정을 바라보며 훌쩍 성장한 현우는 "옛날에는 그냥 같이 놀아주는 그런 아빠였는데, 지금은 이렇게 같이 놀아주려고 많은 시간을 고생한 아빠로 바뀐 것 같다"면서 자신이라면 할 수 없었을 선택을 하고 계속 싸워온 아빠가 영웅 같다고 말한다.
한 감독은 영문 제목 '굿바이 마이 히어로'로 한 것에 대해 "힘없는 영웅들을 안타깝게 지켜볼 수밖에 없는 시간과 이제는 굿바이 하고 싶다"는 뜻을 담았다며 "자기 삶의 조건을 만들어 나가는 싸움에 나선 이들이 지금보다 더 인정받는 세상을 꿈꾸며 작품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영화는 노사 간 협상 타결로 현우 아빠가 복직하면서 마무리된다. 하지만 현재 복직을 희망한 쌍용차 해고노동자 중 130명이 복직되지 않은 채 남아 있어 투쟁은 9년째 이어지고 있다.
주인공 김정운 씨는 "자본의 이윤 추구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노동자들이 희생되는 일은 쌍용차로 끝이 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만든 영화"라며 "영화를 보신 많은 분의 응원과 격려 속에 복직하지 못한 해고자들도 하루빨리 복직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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