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아람코가 일으킨 중동 IPO 바람…올해 이미 32건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기업공개(IPO)가 중동 지역에 IPO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고 월 스트리트 저널이 23일 보도했다.
딜로직에 따르면 올해 들어 중동 지역의 IPO는 모두 32건, 규모는 총 15억 달러에 이른다. 건수 기준으로는 지난 2년간의 합계보다도 더 많은 것이다.
추진 중이거나 발표된 IPO 가운데는 아부다비 국영 석유회사(Adnoc)와 쿠웨이트 에너지, 에미리트 글로벌 알루미늄, 오만 오일 같은 굵직한 것들도 포함돼 있다.
중동 지역에서 이처럼 IPO가 활기를 띠는 것은 저유가 상황이 3년 동안 지속된 영향이 크다. 역내 국가 정부들이 예산 결손을 메우기 위해 주식시장을 노크하고 있다는 얘기다.
역내 국가들이 경제 구조의 다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것도 IPO가 늘어나고 있는 또다른 배경이다. 이들은 에너지에 크게 의존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금융업과 화학, 제조업의 육성을 꾀하고 있다.
아랍 페트롤리엄 인베스트먼트의 무스타파 안사리 이코노미스트는 유가가 큰 폭으로 회복될 가능성이 없는 상황에서 중동 국가들이 경제의 구조개혁에 나서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는 민간 투자의 도움 없이는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예산 압박을 타개하기 위해 국채 발행에 나섰던 중동 국가들이 바야흐로 주식시장을 넘보고 있는 데는 아람코의 기업공개가 임박한 것도 적지 않은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아람코는 지분의 5%를 사우디 증시(타다울)와 해외 증시에 동시 상장하는 IPO를 추진하고 있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이 추정하는 기업 가치는 5천억 달러 이하지만 사우디 측에서는 2조 달러에 이른다고 주장한다.
역내 정부와 국영 기업 관계자들은 아람코의 IPO가 역내 국가들에 자국 기업들의 IPO를 검토하도록 하는 계기가 됐다는 점을 솔직히 인정하고 있다.
일부 국가들은 아람코의 IPO가 이뤄지면 자국 기업들의 매각이 어려울 것을 염려해 IPO를 서두르고 있다. 아부다비 국영 석유회사는 올해말 주유소와 편의점을 운영하는 소매사업부를 증시에 상장할 예정이다.
오만 석유부의 한 관계자는 자국 기업들의 IPO가 이뤄지면 오만 증시가 활성화될 뿐만 아니라 더 많은 외국인 투자자들을 끌어들이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걸프 지역의 증시는 올해 지속된 신흥시장의 랠리에서 거의 소외된 상태로, 사우디의 주가지수는 올해 들어 0.7% 오른데 그쳤고 아부다비 주가지수는 1.3%의 하락률을 보이고 있다. 대형 IPO는 이런 역내 증시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동 지역의 IPO 붐을 바라보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시각은 우호적이지는 않다. 카타르와 인접 국가들의 갈등이 커지고 있는 것을 포함한 지정학적 긴장 때문이다.
jsmoo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