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붙이 잃은 고통, 연구로 극복"…'팔순' 석사모 할머니
동국대 불교대학원 졸업하는 김복필씨…공로상도 수상
(서울=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 피붙이를 먼저 떠나보낸 할머니가 아픔을 극복하려 불교 연구에 몰두한 끝에 팔순에 석사학위를 따냈다.
24일 동국대 등에 따르면 김복필(80)씨는 1937년 울산에서 부유한 천석꾼의 딸로 태어났다. 김씨 부모는 아들 셋을 모두 이름난 대학에 보내 졸업시켰으나 김씨를 포함한 딸 셋은 모두 중학교까지만 보냈다고 한다.
이 때문에 김씨는 어린 나이에 결혼해 2000년대 초반까지 60여년을 평범한 주부로 살았다.
2003년 칠순을 바라보던 김씨에게 문득 '100세 시대라고 하는데 배움에 늦은 때가 있겠는가'라는 생각이 스쳤다. 그는 바로 고등학교 검정고시 공부에 돌입했고, 2년 만에 꿈에 그리던 고교 졸업장을 따냈다.
학구열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김씨는 2005년에는 한국방송통신대 교육학과에 입학해 2010년 학사학위증을 거머쥐었다.
하지만 만학의 기쁨이 가시기도 전 김씨에게 큰 시련이 닥쳤다. 2013년 겨울, 50대 초반에 불과하던 큰딸이 황망하게 세상을 떠난 것.
슬픔에 잠긴 김씨는 삭발한 채 약 9개월 동안 전국 사찰을 찾아다니며 불교의 가르침에 매진했고, 이 과정에서 인생의 의미를 발견했다고 한다.
이후 더 깊은 깨달음을 얻고자 대학원 진학을 결심했고, 2014년 9월 동국대 불교대학원에 입학했다.
늦은 나이에 검정고시와 방통대 수업도 쉽지 않은 여정이었는데, 대학원에서는 '차원'이 다른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컴퓨터를 잘 쓸 줄 몰라 문서 작성법이나 논문 검색 방법을 어린 학생들에게 일일이 물어봐야 해 무척 미안했다고 한다.
3년간 수학 끝에 김씨는 '노인포교의 불교문화적 접근방안'이라는 제목의 석사 논문으로 불교학 전공 석사학위를 최근 취득했다.
김씨는 이날 서울 중구 동국대 정각원에서 열리는 불교대학원 학위수여식에서 대학원 공로상을 받을 예정이다.
그는 "손자와 손녀들에게 다정다감한 '한국적' 할머니가 아니라, 열정과 의지를 갖춘 역할 모델이 되고 싶었다"면서 "손자와 손녀에게 졸업장을 선물로 주고 싶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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