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사위서 '秋 한명숙 재판' 발언 놓고 거친 공방
권성동 "대법관들이 돌아이란 거냐" vs 박범계 "위원장이 할 소리냐"
(서울=연합뉴스) 고상민 기자 =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23일 예산결산 심사장은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에 대한 야당 의원들의 성토장을 방불케 했다.
법사위 소속 야당 의원들이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 대한 기소도 재판도 잘못됐다'는 추 대표의 발언은 사법부의 독립성을 심각하게 해칠 수 있는 사안이라며 일제히 반발하고 나선 데 따른 것이다.
법사위원장인 자유한국당 권성동 의원은 "부정부패 사범이 척결대상이냐 아니면 존중받아야 할 대상이냐"고 따져 물은 뒤 "옛 국무총리·당 대표·원내대표까지 전부 한 전 총리가 출소하는 현장에 갔다. 한 전 총리는 이 시대의 영웅"이라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헌법기관의 결정을 존중하지 않으면 어떻게 우리나라가 운영되고, 또 과연 법치국가라 할 수 있겠느냐"며 "추 대표와 이 사람들은 한 전 총리에 대해 유죄선고를 한 열세 분의 대법관은 속된말로 얘기해 '제정신이 아니다. 돌아이'라는 것을 주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말씀이 심하다. 돌아이가 뭐냐. 법사위원장이 할 소리가 아니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박 의원은 회의 테이블을 세게 내려치기도 했다.
이에 권 의원은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은 채 "그거밖에 더 되느냐"고 거듭 받아쳤고, 이 때문에 양측 간에 한동안 고성이 오갔다.
다른 야당 의원들도 추 대표의 발언을 두고 언성을 높였다.
한국당 주광덕 의원은 김소영 법원행정처장을 상대로 한 질의에서 "한 전 총리에 대한 법원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된 것을 정면으로 부인하는 듯한 정치권의 발언이 나오고 있다"며 "지금 와서 기소도 재판도 잘못된 억울한 옥살이라는 표현이 여당 대표에게서 나오는 것은 상당히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윤상직 의원도 "추 대표의 발언을 보면 사법부의 독립성 문제를 떠나 (사법부가) 적폐세력이 돼 버렸다. 성명서라도 내야 하는 것 아니냐"며 김 처장과 박상기 법무부 장관을 압박했다.
김 처장은 2015년 8월 당시 대법관으로 재임하면서 한 전 총리 사건에 대한 전원합의체 판결에 참여한 바 있다.
이에 김 처장은 "추 대표의 말씀이 어떤 취지인지 정확히 알지 못하기 때문에 그 부분에 관해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즉답을 피했고, 박 장관 역시 "뭐라고 입장을 말씀드릴 상황이 아님을 양해해 달라"며 비켜갔다.
그러자 바른정당 오신환 의원은 "진실에 있어서만큼은 사법부가 정확하게 대응해야 한다. 대법원의 정치적 중립과 독립을 훼손하는 일이 있다면 단호하게 내부에서 그것을 배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총리는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2년간의 수감 생활을 하다 이날 새벽 만기출소했다.
이와 관련해 추 대표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 "기소도 잘못됐고 재판도 잘못됐다"고 비판한 데 이어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사법부마저 때로 정권에 순응해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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