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 감독도 뼈아픈 기억…역대 이란전 치욕 씻는다
신 감독, 1996년 아시안컵서 2-6 대참사 '악몽'
케이로스 전 감독의 주먹감자 등 갚아야 할 빚 많아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지난 1996년 12월 16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알막툼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란과 아시안컵 8강전에서 한국 축구대표팀은 씻을 수 없는 치욕을 경험했다.
당시 대표팀은 전반 11분 김도훈(현 울산 현대 감독)의 선취골과 전반 34분 신태용(현 국가대표 감독)의 추가 골로 전반전을 2-1로 앞섰다.
그러나 후반전에 악몽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후반 6분 호다다드 아지지에게 동점 골을 허용한 뒤 알리 다에이에게 무려 4연속 골을 허용하며 2-6으로 참패했다.
새벽잠을 설치며 축구대표팀을 응원하던 한국의 축구팬들은 큰 충격을 받았고, 대표팀을 이끌던 박종환 감독은 참패의 책임을 지고 대표팀을 떠났다.
이란전 2-6 참패는 21년이 지난 지금도 많은 이들에게 회자하고 있고, 이란 축구팬들은 한국 축구를 조롱거리로 삼는 소재로 활용하고 있다.
전반 33분 서정원(현 수원 삼성 감독)의 교체선수로 출전한 신태용은 어느덧 한국 대표팀 사령탑으로 부임해 치욕스러운 역사를 되갚아주겠다고 벼르고 있다.
신태용 감독은 갚아야 할 빚이 많다. 지난해 10월엔 대표팀 코치로 이란전 패배를 맛봤다.
신태용 감독 외에도 이란에 앙금이 남아있는 선수도 차고 넘친다.
한국 대표팀은 지난 2013년 6월 18일 울산 문수경기장에서 열린 브라질 월드컵 최종예선 이란과 경기에서 0-1로 패한 뒤 상대 팀 케이로스 감독이 한국 벤치를 향해 주먹 감자를 날리는 추태를 지켜봐야 했다.
당시 대표팀엔 이동국, 김신욱(이상 전북), 손흥민(토트넘), 장현수(FC도쿄), 김영권(광저우), 김기희(상하이) 등 현 대표팀 선수들이 다수 포함돼 있었다.
한국이 이란에 승리해야 하는 이유는 차고 넘친다.
현재 대표팀은 최근 이란과 4경기에서 모두 패했다. 아울러 4경기에서 단 한 골도 넣지 못했다.
가장 최근 승리는 지난 2011년 1월 22일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8강전이다.
최근 11경기로 범위를 넓히면 한국 대표팀은 1승 4무 6패의 절대 열세를 기록했다.
물론 좋은 기억도 있다. 한국 대표팀은 1958년 5월 28일 도쿄아시안게임 이란과 경기에서 5-0으로 대승을 거뒀는데, 이는 이란 대표팀의 역대 최다 골 차 패배로 기록돼 있다.
2000년 10월 23일 아시안컵 8강전에선 무릎을 다쳐 붕대를 감고 뛰던 이동국이 연장 전반 골든골을 터뜨리며 극적인 2-1 승리를 거뒀다.
2009년 6월 17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0-1로 끌려가던 후반 36분 박지성(은퇴)이 동점 골을 터뜨려 무승부를 일궈냈다.
해당 경기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했던 이란은 월드컵 본선 진출이 좌절됐고, 어부지리로 북한이 월드컵 본선에 진출해 남북 월드컵 동반 진출이 완성됐다.
1977년 아르헨티나 월드컵 최종예선 이란과 두 경기는 경기 외적인 상황으로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다.
1977년 7월 3일 부산에서 열린 이란과 월드컵 최종예선 홈경기에선 전반전을 마치고 교체된 이회택이 최정민 감독의 지시에 격분해 축구화를 라커룸 바닥에 던지고 나가 버렸다.
이회택은 즉시 방출됐고, 이후 A매치에 출전하지 못했다.
같은 해 11월 11일 한국 대표팀은 이란 아자디스타디움에서 이란과 원정경기를 치렀는데, 경기가 열리던 시간에 58명이 숨진 이리역(익산역) 폭발사고가 발생했다.
한국축구대표팀은 이처럼 뼈아픈 기억이 서린 이란과 31일 오후 9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다시 격돌한다.
가슴 깊이 사무친 패배의 악몽을 떨쳐내고 2018년 러시아월드컵 본선에 진출하기 위해선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경기다.
cycl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