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파병 시사 트럼프, '아프간재건' 아닌 '대테러승리' 방점
"백지수표는 없다"·오바마 정부와 선긋기…"증파로도 '완전한 승리'는 난망"
파키스탄은 압박·인도는 치켜세우기…중국·러시아도 변수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2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아프가니스탄 전략 연설은 미국의 적극적인 아프간 개입을 시사하면서도 아프간의 '재건'이 아닌 이슬람 무장세력 탈레반 등 테러세력과의 싸움에서 '승리'하는 게 목표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외신들에 따르면 이날 연설의 키워드는 승리, 추가파병, 파키스탄, 공격, 대화로 요약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에서 아프간에 주둔하는 미군 병력 수천 명을 증원하는 권한을 국방부에 부여했다고 밝혔다. 또 아프간에서의 군사 공격에 있어 국방부에 더욱 자율적인 권한을 줬으며, 테러리스트들을 죽이고 승리하는 게 최종 목표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아프간의 접경국 파키스탄에는 "테러범에게 피난처를 제공하고 있다"고 압박했지만, '라이벌' 인도에 대해선 핵심 안보·경제 파트너로 치켜세우면서 무역흑자를 조건으로 아프간에서 더 많이 도와달라고 요구했다.
아프간 전략에서 최종 목표는 탈레반과 협상 테이블에 마주앉아 종전을 위한 정치적 해법을 모색하는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이는 여러모로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아프간 전략과 차이가 있다.
한때 아프간 파견 병력을 10만 명까지 늘렸던 오바마 정부는 아프간에서 철수를 추진해왔다. 현지에서도 승리보다는 일단 병력철수에 방점을 두고 시점을 제시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임의의 시간표는 없다"며 상황과 조건에 기반을 두고 접근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임 정부는 또 아프간 재건활동을 중시하며 미군이 아프간에서 공습 작전을 할 때는 제한을 뒀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달리 전투에서의 승리를 중시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동안의 모호한 태도를 버리고 취임 후 처음으로 아프간 전쟁에 대한 미래 전략을 야심차게 제시한 자리였지만, 반응은 엇갈린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를 본 전문가들은 아프간에서 탈레반을 몰아내는 데 도움이 될 수는 있겠지만 '완전한 승리'를 얻을 수 있을지에 관해선 그다지 큰 기대를 보이지 않았다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근본적으로는 오바마 대통령 시절 10만의 군대로도 불가능했던 아프간의 평화를 트럼프 대통령이 어떻게 정착시킬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 남는다는 것이다.
다만 아프간에서의 개입을 강조함으로써 아프간과 파키스탄에서 대테러작전을 수행하는 미국의 발판을 유지한다는 점에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미 브루킹스연구소의 마이클 오핸런 선임연구원은 "많은 사람이 아프간에서 완전한 승리가 가능하리라고 보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모멘텀을 뒤집는다면 부분적으로는 전략적 성공을 거두고 정치적으로 일정 부분 생색내기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인도와 파키스탄의 역할을 강조한 것처럼, 새 전략의 성공을 위해서는 다른 나라의 도움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 중에서도 인도가 아프간에 더 깊이 개입하게 한 것은 파키스탄뿐만 아니라 아프간의 제3대 교역국인 중국을 향한 견제 의도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인도와 중국은 히말라야 지역의 영토 분쟁으로 껄끄러운 관계에 있다. 특히 최근엔 접경지역에서 군인들 간에 투석전과 난투극까지 벌어졌다.
러시아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미국은 아프간에서 IS(이슬람국가), 탈레반 등 무장세력의 확장 배경에 러시아가 있다고 의심해왔다. 러시아가 탈레반에 물자를 공급한다는 것이다. 러시아의 의도가 무엇이든 미국의 정책에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에 대한 정치권의 반응은 여야가 완전히 엇갈린다.
미 공화당 중진 린지 그레이엄(사우스캐롤라이나) 의원은 "자랑스럽고, 안심이 된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결정이 아니라 국가안보를 위한 결정을 내렸다는 게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 일인자인 낸시 펠로시(캘리포니아) 하원 원내대표는 "오늘 밤 트럼프 대통령은 (아프간에서) 어떤 상황에 있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계획이 있다고 말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며 "대통령의 발표는 구체성은 떨어지고 심각한 문제만 제기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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