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 계란 과제] 밀집사육 개선해야…친환경 동물복지농장 확대
농장 사육환경표시제도 도입
(서울=연합뉴스) 박성진 기자 = '살충제 계란' 파동의 주요 원인으로는 A4 용지(0.06㎡)보다 좁은 공간에 산란계(알 낳는 닭)를 가둬놓고 닭을 '알 낳는 기계'로 전락시킨 밀집 사육환경이 지목된다.
닭은 진드기 등 몸에서 기생하는 해충을 털어내기 위해 흙에 몸을 비비는 '흙 목욕'을 하고 자기 발 등을 이용해 진드기와 벼룩을 없앤다.
하지만 철재 우리(케이지)에 갇힌 산란계는 홀로 진드기 등을 제대로 없애기 어려워 이번에 문제가 된 것처럼 친환경 인증 농가에서마저 해충을 죽이기 위해 살충제를 뿌리게 된다.
20일 동물단체 등에 따르면 살충제 계란 등 잇달아 발생하는 축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공장식 밀집 사육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한국동물보호연합·케어 등 동물단체들은 이번 사태 이후 "공장식 축산의 안전문제를 규제하지 않는 농림축산식품부가 '살충제 계란' 파동의 주범"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내 알 낳는 닭 사육장의 99%를 차지하는 공장식 축산과 감금틀 사육을 폐지하는 것이 계란 파동의 해법"이라고 지적했다.
밀집 사육의 대안으로 주목받는 동물 복지농장에서는 닭이 케이지가 아니라 짚이나 톱밥, 흙, 모래 등을 깐 평평한 땅에서 방사돼 사육된다.
충북 단양군 영춘면 상리의 동물 복지농장인 '영춘 양계'의 사례를 보더라도 옥수수와 볏짚을 섞어 만든 깔짚이 흙과 함께 바닥에 깔렸고 닭들은 몸에 흙을 끼얹으며 '흙 목욕'을 한다.
살충제 계란 파동이나 조류인플루엔자(AI)와 같은 동물 환경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생산성의 극대화만을 중시하는 공장식 축산이 원인으로 지적되지만, 농식품부가 이를 규제하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는 축산업자의 이익과 직결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축산업자의 수익이 떨어질 수 있어 공장식 밀집 사육을 동물 복지농장으로 바꾸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법에서는 산란계 1마리의 최소 사육면적이 A4 용지보다 좁은 0.05㎡(25×20㎝)로 규정돼 있다.
이번 사태 이전에도 정부는 열악한 사육환경을 개선하겠다면서 4월 개선 방안을 발표했지만 1마리당 사육면적을 0.075㎡로 조금 넓히겠다는데 그쳤다.
이것도 기존 농가는 적용을 10년간 유예받는다.
그러나 이번에 살충제 계란 문제가 터지자 정부도 밀집 사육환경을 개선하겠다고 나섰다.
김영록 농식품부 장관은 "선진국형 친환경 동물 복지농장을 확대하겠다"며 "장기적으로 케이지 사육을 평사가 있는 동물복지 시스템으로 전환하고 농장 사육환경표시제도 도입하는 등 산란계 농장의 축사 환경을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sungjin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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