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지고 썩고 물먹고…오락가락 비에 과일농사 '흉년'
영동·옥천지역 포도·복숭아 열과·낙과 피해 확산
단맛 떨어진 '물 먹은 복숭아' 수두룩…농민들 울상
(청주=연합뉴스) 박병기 기자 = 충북 영동군 영동읍에서 6천여㎡의 포도농사를 짓는 김진덕(56)씨는 요즘 궂은 날씨 때문에 마음을 놓을 수 없다.
하루걸러 하루꼴로 비가 내리는 데다 서늘한 기온이 이어지면서 포도 알이 터지는 열과(熱果)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열과 현상은 수확철 수분이 많아지면 발생한다. 껍질이 쩍쩍 갈라지면서 썩기 때문에 출하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김씨는 "포도밭에 비닐을 씌워 비가림 시설을 했지만, 워낙 비 내리는 날이 잦다 보니 열과가 생기기 시작했다"며 "과일 농사에 달갑잖은 비가 그만 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궂은 날씨가 이어지면서 포도·복숭아 등 여름 과일을 생산하는 농가들이 울상이다.
흐리고 다습한 날씨로 인해 과일이 제맛을 내지 못하는 데다 썩거나 꼭지가 물러진 과일이 나무에서 떨어지는 경우도 많다.
청주기상지청 분석결과 이달 들어 영동군에는 모두 열흘간 비가 내렸다. 강수량도 188㎜로 장마철인 지난달 내린 양을 웃돈다.
지난 13일부터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빗방울이 떨어지면서 대기 중 습도가 70∼80%를 웃돈 날이 많다.
자주 비가 내리면 수확을 앞둔 포도는 열과와 함께 곰팡이병이 번지기 쉽다. 착색이 제대로 안 되고 당도가 떨어져 상품가치도 하락한다.
영동군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궂은 날씨 속에서는 나무가 광합성 대신 호흡을 하면서 양분을 빼앗아가 과일 맛이 떨어지고 병충해에도 쉽게 노출된다"며 "달지 않고 떨떠름한 포도가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복숭아 농가의 사정은 더욱 딱하다. 수확을 앞둔 복숭아 꼭지가 물러지면서 10% 넘게 낙과 피해를 본 농가도 있다.
당도가 떨어지는 것도 문제다. 대개 당도 13∼15브릭스를 유지하는 천중도·황도 같은 품종마저 10브릭스 안팎으로 떨어지기 일쑤다. 아무 맛도 나지 않는 '물 먹은 복숭아'가 되기도 한다.
옥천군 복숭아연합회 조명환(72) 회장은 "8월 중순 수확하는 중생종 복숭아가 이번 비에 직격탄을 맞았다"며 "배수가 잘 안되는 밭일수록 피해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가급적 밭에 비닐 등을 깔아 빗물이 땅에 스며드는 것을 막도록 권하고 있다.
옥천군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수확철 복숭아는 하루 이틀만 비를 맞아도 당도가 떨어지고 낙과하는 피해가 생긴다"며 "가능하면 빗물의 침투를 막고 배수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bgi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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