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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 우월' 시위에도 미국 사회의 다문화화는 역사적 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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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 우월' 시위에도 미국 사회의 다문화화는 역사적 대세"

FT "트럼프 극우 두둔으로 양대 축인 군-대기업마저 이탈"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미 버지니아 샬러츠빌 유혈 충돌 사태는 과거 남북전쟁 당시 남군의 총사령관이었던 로버트 리 장군의 동상 철거가 발단됐다.

버지니아 출신의 리 장군은 남부와 북부 갈등 초기 정부군(북부군) 사령관을 제의받았으나 고향을 저버릴 수 없다며 거절했다고 한다.

그리고 결국 남부군의 지휘관이 돼 중앙정부에 대항했다.

리 장군은 '반군 수괴'임에도 불구하고 남북전쟁 후 별다른 처벌은 받지 않았으며 오히려 강직한 군인으로서 자질을 인정받아 전후 남부와 북부 양측으로부터 존경받는 인물이 됐다.


미정부는 리 장군을 기념하는 우표 등을 발행하기도 했으며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을 제외하고는 가장 많은 정부 차원의 기념물에 등장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현재 논란이 일고 있는 미국 각지의 그의 기념물도 남부 측이 아니라 미정부의 지원으로 설치된 것으로 대부분 남북전쟁이 끝난 한참 후인 1920년대 들어선 것이다. 또 아직도 버지니아를 비롯한 곳곳에 그의 이름을 딴 거리나 지명이 남아있다.

리 장군과 함께 철거 대상이 된 스톤월 잭슨 장군도 이른바 남군의 명장으로 후세 존경을 받아 온 인물이다.

'스톤월'이란 명칭은 전장에서 그가 보인 용맹함을 지칭한 것이다. 마치 철벽처럼 꿋꿋이 전장을 지켜 적군인 북군으로부터 이러한 존칭을 얻었다고 한다.

적과 아군을 가리지 않고 존경을 받아온 이들 '영웅'들이 이제는 철거 대상으로 전락하게 된 것은 무엇 때문일까?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전문가들은 한마디로 시대가 변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남북전쟁 당시 노예였던 흑인층이 정치적으로 미국 사회의 한 부분으로 성장하면서 이들 영웅에 대한 역사적 인식이나 평가가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리 장군은 군인으로서 훌륭했지만 백인 우월 성향에 또 자신이 거느린 흑인 노예들에게는 가혹했다고 한다. 그에 대한 평가 기준이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흑인뿐 아니라 급속한 미국 사회의 다인종, 다문화화도 과거 백인우월주의나 그 상징적 인물에 대한 평가를 끌어내리는 주요 역할을 하고 있다.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18일 사설에서 미국 사회의 양대 기층인 군부와 기업계가 달리는 트럼프 열차에서 하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군부가 현실 정치에 간여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군 최고지휘부인 합참의 5인 각 군사령관이 샬러츠빌 사태와 관련해 군은 결코 백인우월주의 등 인종차별이나 극단주의를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하고 나섰다.

또 군과 함께 미국 사회의 한 축으로 평소 공화당 성향으로 분류돼온 대기업주들도 트럼프 열차에서 뛰어내렸다면서, 이들이 대통령을 존중해온 전통을 깨고 대열에서 이탈한 것은 미국 사회의 다문화 구조를 절박하게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미군의 경우 2015년 기준 현역장병 가운데 44%가 소수인종 출신으로 구성돼 있는 만큼 인종차별은 군을 와해시키는 최악의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군이 관행을 깨고 대통령의 양비론에 맞서 현실 정치에 성명을 발표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군의 결속을 해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타산에 밝은 대기업들도 미국 사회의 다문화성을 인정하지 않고는 현실적으로 사업이 불가능한 만큼 대통령과 결별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FT는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양비론적 태도는 명분과 타산 모든 면에서 기업들에 불리한 만큼 트럼프 대통령과 거리를 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트럼프 발언에 동조 내지 침묵했다가는 소비자와 직원들 및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당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이다.

결국 다문화 현실을 무시한, 트럼프 대통령의 극우 세력을 두둔하는듯한 반역사적 발언 때문에 미국 사회의 양대 기층마저 이탈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FT는 한편으로 군이 국내 정치 현실에 개입하게 된 현 상황에 일부 우려를 나타내면서, 현재 트럼프 내각에 전·현직 군 장성 출신이 상당수 포진하고 있는 점등을 들어 민간과 군 간의 경계선이 모호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예기치 않은 인종차별 논란 속에 주요 지지 기반이었던 군과 대기업들마저 이탈함으로써 트럼프 호는 고립무원으로 질주하는 양상이다.

yj378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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