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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사람은 어떻게 살까…'조선자본주의공화국'의 초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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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사람은 어떻게 살까…'조선자본주의공화국'의 초상화

韓특파원 제임스 피어슨·대니얼 튜더가 취재한 북한의 일상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지난달 탈북 방송인 임지현 씨 재입북 사건이 터지자, 임씨가 자주 등장했던 TV조선 토크쇼 '모란봉클럽'도 덩달아 논란의 중심에 섰다.

'모란봉클럽'을 비롯해 탈북자들이 출연하는 TV 예능 프로그램은 한국에서 북한 주민이 어떻게 사는지 전해 들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창구 중 하나다.

출연자들 발언이 진실과 거리가 멀다거나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긴다는 등의 비판도 많지만, 3% 내외 시청률을 낸다는 점은 그만큼 북한 일상을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은 현실을 보여준다.

신간 '조선자본주의공화국'(비아북 펴냄)은 로이터의 서울 주재 특파원 제임스 피어슨과 이코노미스트 한국 특파원으로 근무했던 대니얼 튜더가 함께 취재하고 기록한 북한의 초상화다.

'노스 코리아 컨피덴셜'(North Korea Confidential)이라는 이름으로 2015년 해외에서 먼저 출간된 이 책은 한국판 제목이 시사하듯이 "북핵에 가려진 북한의 일상", 즉 북한인의 일상에 스며든 자본주의 풍경을 담아내는 데 주력했다.





책은 '북한, 시장을 만나다'부터 '분화하는 북한 사회'에 이르기까지 일곱 묶음으로 나뉜다.

현재 북한 경제는 국가가 직장을 정하고 월급도 지급하는 공식 영역과 합법적이지는 않지만 용인되는 '회색시장'의 이중 구조를 띠고 있다.

책은 미국산 코카콜라가 북한 원화 6천 원(약 0.75달러)에 쉽게 살 수 있는 장마당부터 중산층도 스위스 시계에 사치스러운 가방을 보란 듯이 착용하고 다니는 평양 시내까지 다채로운 풍경을 훑는다.

저자들은 베이징에서 평양으로 가는 고려항공 항공편에 북한 상인이 중국에서 산 평면 TV와 첨단 제품이 가득 실리는 점을 전하면서 "대북 경제 제재의 실행이 갖는 효과를 또 한 번 의심하게 된다"고 말하기도 한다.

북한 주민은 어떻게 여가를 보낼까. 동영상 저장소인 USB는 한국을 비롯한 바깥의 콘텐츠를 북한으로 분주히 실어나르고 있다. 그 바람을 타고 '스트레스' 같은 한국에서 사용되는 외래어도 북한 주민 사이에서 곧잘 쓰인다.

책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휴대전화의 유행이다.

2008년 무선통신 사업자인 고려링크가 출범한 이후 200만 명 이상이 서비스에 가입했기 때문이다. 젊은이들이 남들 시선 때문에 부모를 졸라 휴대전화를 장만하는 모습은 남한과 크게 다르지 않다. '비싼 손전등'이라고 불리는 이 기기가 장기적으로 북한 사회에 몰고 올 변화는 어떤 것일까.

책이 조명한 변화상은 놀랍고 신기하지만, '누가 책임자인가?' '죄와 벌' 부분은 북한이 여전히 김씨 일가 숭배와 공포 정치가 이뤄지는 폐쇄 사회이기도 하다는 점을 일깨워준다.

우리가 익히 아는 정보도 눈에 띄지만, 발품을 팔아 쓴 흔적이 뚜렷한 책이다.

저자들은 방북 취재 외에도 북한의 여러 계층에 속한 정보원들부터 탈북자들, 외교관들, 비정부기구(NGO) 활동가들, 북·중 접경지역에서 활동하는 기업인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인사들을 만나 의견과 정보를 청취했다.

저자들이 서문에서 밝힌 것처럼 "북한을 보여주는 결정판이 아닌, 그곳에 사는 2천500만 주민의 삶의 극적인 변화상을 알려주는 입문서"로 받아들이기에 손색없는 책이다.

전병근 옮김. 260쪽. 1만7천 원.







air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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