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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미·장석주 시인이 안내하는 문학사의 명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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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미·장석주 시인이 안내하는 문학사의 명장면들

'시를 읽는 오후'·'장석주가 새로 쓴 한국 근현대문학사' 출간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시인들이 국내외 문학을 소개하는 책을 나란히 냈다. 최영미 시인은 명시들의 세계로 독자를 안내하고 장석주 시인은 20세기 한국문학사를 일별한다.

'시를 읽는 오후'(해냄)는 최영미 시인이 예이츠·바이런·셰익스피어·프로스트 등의 시 44편을 소개한 책이다. 작년 7월부터 11개월 동안 서울신문 '최영미와 함께 읽는 세계의 명시' 코너에 연재한 글들을 엮었다. 시인이 직접 번역하고 원문도 함께 실었다. 특유의 섬세한 감성으로 작품에 얽힌 시인의 일화도 들려준다.

"최선의 인간들은 신념을 모두 잃었고, 최악의 인간들은 강렬한 열정에 사로잡혔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IS(이슬람국가)의 위협을 언급하며 인용한 예이츠의 시 '재림'의 일부다. 최영미는 예이츠를 "가장 좋아하는 죽은 시인"으로 꼽는다. 시인은 젊은 시절 예이츠의 시를 영어로 외우며 잠들곤 했다. 조금 나이가 들어서는 "오래된 친구와는 헤어져선 안 된다는 것"을 배웠다.




"그대가 우리 깊게 맺은 언약을 지키지 않았기에/ 다른 이들이 내 친구가 되었으나;/ 그래도 내가 죽음에 직면할 때나,/ 잠의 꼭대기에 기어오를 때,/ 혹은 술을 마셔 흥분했을 때,/ 나는 문득 그대의 얼굴을 만난다." ('깊게 맺은 언약')

'반대'를 위해 태어난 시인. 바이런은 '시만 썼지 인류를 위해 한 일이 없노라'는 편지를 애인에게 보내고 그리스 독립전쟁에 뛰어들었다가 병에 걸려 숨졌다. 바이런의 '어느 개에게 바치는 비문'은 입시 공부와 취업에만 매몰된 아이들에게 알리고 싶어 실었다고 한다. 스무 살 바이런은 '보츠웨인'이라고 이름 붙인 개의 비문에 추모의 글을 썼다.

"그는 아름다움을 가졌으나 허영심은 없었고,/ 힘을 가졌으나 오만하지 않았고,/ 용기를 가졌으나 잔인하지 않았고,/ 인간의 모든 미덕을 갖추었으나 악덕은 없었다."

시인은 우리말로 가을을 노래한 시 가운데 최승자의 '개 같은 가을이'를 먼저 꼽는다. "개 같은 가을이 쳐들어온다./ 매독 같은 가을./ 그리고 죽음은, 황혼 그 마비된/ 한쪽 다리에 찾아온다." 시인은 첫 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1994)의 뒤표지 추천글을 최승자에게 받고 나서 뛸 듯이 기뻤다고 떠올렸다. 244쪽. 1만5천원.




'장석주가 새로 쓴 한국 근현대문학사'(학교도서관저널)는 1917년 이광수의 '무정'에서 시작한 한국 근현대문학사 100년을 정리하고 의미를 찾아보려는 기획이다. 이른바 '2인 문단'을 형성한 이광수·최남선부터 '세기말 고도자본주의 시대'에 등단한 한강까지 문인 150여 명의 작품 세계를 조명한다.

20세기 초반 근대화의 파고는 앞서가는 감수성의 시인 이상조차도 졸도할 듯한 현기증을 느꼈다고 고백할 정도였다. 모더니스트들은 이국 취향을 여과없이 표출하면서도 생활의 게으름으로 근대에 저항했다. 시인은 "오늘의 삶을 납득하고 이해하려면 옛 삶에 대고 비춰봐야 한다"고 말한다. 전근대의 낡은 질서에서 막 벗어난 이들의 지난 100년을 되돌아보는 이유다.

"문학은 우리에게 뭘 줄 수 있을까? 먼저 남들의 사정에 대한 이해를 넓고 깊게 해준다. 감정생활을 윤택하게 만들고, 결과적으로 삶의 태깔을 화사하게 만든다. 그건 문학의 수사학이 만드는 효과가 아니라 문학의 감화, 감명의 효과가 불러오는 마법이다." 704쪽. 3만5천원.

dad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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