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역조 현상 '남탓 논쟁'…무역전쟁 분위기 고조(종합)
인민일보 "무역전쟁 통해 中 '굴기'에 타격 주려는 것은 환상" 경고
美상무장관 "지재권 도용으로 美기업 큰 손실…주범은 중국" 압박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특파원 = 미국이 중국을 겨냥해 지식재산권 조사라는 '무역전쟁 카드'를 꺼내 든 데 대해 중국이 연일 비난과 경고의 수위를 높이면서 무역전쟁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대중 압박의 수단으로 이른바 중국산 '짝퉁'의 근원인 지식재산권 침해행위를 직접 조사하겠다고 나선 데 대해 중국은 이를 자국 수출에 타격을 가하는 행위로 인식하며 강하게 반발하는 형국이다.
중국 당국은 16일에도 관영 매체들과 관변학자들을 총동원해 이번 지식재산권 조사를 발동한 미국의 통상법 301조야말로 세계무역기구(WTO) 규정 위반이라고 규정하면서 공세를 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의 이런 인기 영합주의 정책이 성공하지 못할 것임은 물론 중국의 강력한 보복을 당하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 역시 자국 기업들이 지재권 도용으로 막대한 손실을 보고 있으며 그 주범은 '중국'이라며 이번에는 호락호락하게 넘어가지 않겠다는 말로 중국에 대한 압박의 끈을 더 세게 당겼다.
이처럼 미·중 양국은 중국에 흑자가 쏠리는 무역 역조 현상의 원인을 내부가 아닌 상대방의 잘못에서만 찾고 있어 쉽사리 접점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 해외판은 이날 1면 평론에서 "미국의 '301조 조사'는 미·중 무역 관계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면서 "미국은 무역전쟁을 통해 대중 무역적자를 줄일 수 있길 희망하지만 이는 불가능하다"고 일축했다.
이어 "미국은 사회 복지 개혁, 군사비 지출을 억제해야 미국의 국제 수지 적자를 줄일 수 있다"면서 "대중국 무역적자를 줄이길 바란다면 '메이드인 차이나'의 수입을 제한하기보다는 대중 수출 규제를 완화하는 게 낫다"고 충고했다.
인민일보는 그러면서 "미국이 무역전쟁을 통해 중국의 굴기(堀起)에 타격을 주려 하지만 이는 환상일 뿐"이라면서 "무역 보복 전쟁이 발생한다면 미국이 중국보다 혼란이 훨씬 클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민일보의 중문·영문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와 글로벌타임스도 사설을 통해 미국의 무역 조사가 트럼프의 대중국 압박 협상 카드라고 비난에 동참했다.
이들 매체는 "미국의 301조는 WTO 규정 위반이며 미국은 이번 조사로 많은 협상 카드를 수집해 중국에 청구할 것"이라면서 "중국은 미국의 계략에 맞춰 세밀한 보복 조치를 채택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관영 영자지 차이나데일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위협 발언을 하면서 미국의 대중국 지재권 조사에도 서명했다"면서 "중국은 트럼프 행정부가 양자 무역을 북한 문제와 연결하지 않겠다는 확실한 약속을 요구해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중국의 강력한 반발에도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한 미국의 공개적인 압박도 계속되고 있다.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은 현지시간으로 15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낸 '미국 천재들이 중국의 공격 아래 놓여 있다'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지적재산 도용으로 미국 기업은 연간 6천억 달러를 잃고 있다"고 주장했다.
로스 장관은 "이는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3% 이상이 도용과 저작권 침해, 스파이 행위로 손실을 본다는 뜻"이라고 부연하고서 "국경에서 압수되는 모조품의 87%가 중국산"이라며 중국이 "주범"이라고 대놓고 공격했다.
그는 "중국은 경쟁적인 자유시장 경제를 구축하기보다는 중국에 진출하길 원하는 미국 기업들로 하여금 지식 재산권을 넘기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처럼 미중간의 갈등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으나, 전면적인 미중 무역전쟁으로 가기보다는 상당기간 신경전을 지속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해보인다.
우선 미 행정부의 대중 지식재산권 침해 조사가 완료되려면 최대 1년의 기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 조사에 중국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으나, 대응과 관련해선 수위조절을 할 것으로 보여 본격적인 무역전쟁보다는 '말 전쟁'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또 경제규모로 볼 때 세계 1, 2위인 미중 양국이 본격적인 무역전쟁을 한다면 둘 모두 큰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는 점에서 섣불리 '개시 버튼'을 누르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많다.
진찬룽(金燦榮) 중국 런민(人民)대 국제관계학원 부원장은 홍콩 명보(明報)에 "중국에 더 많은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상시적인 위협수단일 뿐 미·중 관계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의 이번 조사는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해 3천470억 달러에 이른 대중 무역적자 규모의 축소 요구에 시달리면서 지지층의 압박에 호응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했다.
그는 "중국의 대외전략이 여전히 미·중 관계의 안정 발전을 추구하고 있으므로 무역문제에서 추가 양보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베이징 소식통은 "미국의 대중국 지재권 조사가 1년여 정도 걸린 텐데 미·중 모두 무역 관계가 파탄이 나길 원하지 않기 때문에 이 기간 내에 미중간에 모종의 타협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면서 "미국과 중국이 무역 역조를 줄이기 위해 올해 '100일 계획'에 이어 '1년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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