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정선 1.1km 지하에서 우주 속 암흑물질 찾는다
기초과학연구원, 정선 철광에 우주입자연구시설 구축
(대전=연합뉴스) 박주영 기자 = 강원도 정선 지하 1천100m에서 우주 속 '암흑물질'을 찾기 위한 실험이 진행된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지하실험연구단은 17일 강원도 정선군청에서 정선군, 한덕철광과 정선 철광 지하에 우주입자연구시설을 구축하기 위한 업무협력 협약(MOU)을 한다.
연구단은 정선군 신동읍 예미산 일대 한덕철광의 철광 지하 1천100m 아래에 2천㎡ 규모의 연구시설을 짓게 된다.
210억원을 투입해 2019년 완공을 목표로 추진하며, 실험은 2020년부터 진행될 예정이다.
이번에 구축하는 지하실험실은 기존 양양 양수발전소에 있는 실험시설보다 400m 더 깊이 내려가 암흑물질 탐색과 유령입자라 불리는 '중성미자'의 질량 측정에 도전하게 된다.
우주 속 암흑물질은 빛과 상호작용하지 않기 때문에 눈에 보이지 않고 중력만으로 존재를 감지할 수 있다.
입자물리학의 표준모형으로 설명되는 우리 눈에 보이는 우주는 4%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밝혀지지 않은 암흑물질(27%)과 암흑에너지(69%)로 구성돼 있다.
암흑물질의 후보 물질로 액시온을 비롯해 '중성미자', '윔프'(WIMPs) 등이 거론되고 있으며, 전 세계에서 이를 확인하기 위한 실험이 펼쳐지고 있다.
IBS 지하실험 연구단은 암흑물질 후보 윔프를 찾기 위한 '코사인'(COSINE) 실험과 중성미자의 성질을 관측하기 위한 AMoRE'(아모레) 실험을 진행 중이다.
중성미자는 질량이 매우 작은 데다 다른 물질과 상호작용도 거의 하지 않아 물리학계에서 '유령입자'로 불린다.
중성미자 입자의 성질을 규명하면 물리학 표준 모델로는 설명되지 않은 '물질-반물질 비대칭' 현상을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두 입자가 내는 신호는 지극히 미미해 포착하기 어려운 만큼 실험환경에서 발생하는 우주선 등 배경 잡음을 줄이는 것이 관건이다.
이 때문에 전 세계 과학자들이 경쟁적으로 지하 깊은 곳에 검출장치를 설치해 실험하고 있다.
2015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가지타 다카아키 일본 도쿄대 교수도 거대한 실험장치인 '슈퍼-카미오칸데'를 폐광 지하 1천m 아래 설치해 중성미자 진동현상을 관측하는 데 성공했다.
우주입자연구시설이 완공되면 중성미자 질량 검출 수준(민감도)가 20meV로 획기적으로 높아지게 된다.
현재 양양 실험실의 검출 수준(200meV)에 비해 민감도가 10배 이상 향상되며, 세계 최고 수준 민감도(100meV)보다도 5배 이상 높아지게 된다.
이를 통해 암흑물질의 배경잡음인 우주선을 5배 이상 차단, 암흑물질 신호를 발견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김영덕 IBS 지하실험연구단장은 16일 "양양 지하실험실의 깊이와 크기가 한계에 이르렀다"며 "새 연구시설에는 IBS의 실험장비뿐 아니라 다른 연구기관 장비들도 설치돼 세계적 연구그룹과 경쟁할 만한 연구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jyo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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