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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적 결혼은 더이상 없다…유제니디스 신작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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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적 결혼은 더이상 없다…유제니디스 신작 소설

'결혼이라는 소설' 출간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제프리 유제니디스(57)는 대략 10년 주기로 작품을 발표하는 과작의 작가다. 소피아 코폴라 감독이 영화로 제작한 데뷔작 '처녀들, 자살하다'(1991), 성적 정체성의 문제를 다룬 퓰리처상 수상작 '미들섹스'(2002), 단 두 편의 소설로 현대 미국 문학계의 비상한 주목을 받았다.

유제니디스의 2011년작 '결혼이라는 소설'(원제 'The Marriage Plot')이 번역·출간됐다. 작가는 1980년대 초반을 배경으로, 미국 명문 브라운대 졸업생들의 삼각관계를 통해 오늘날 사랑과 결혼의 의미를 묻는다.

영문학에 심취해 학자를 꿈꾸는 매들린은 졸업학기 기호학 수업에서 만난 공대생 레너드와 사랑에 빠진다. 레너드는 빛나는 지성과 우울한 매력을 지녔지만 바람둥이 기질에 조울증이 있다. 부모 입장에선 매들린과 절친한 종교학도 미첼이 결혼 상대로 적격이었다. 신입생 때부터 줄곧 매들린을 마음에 두고 짝사랑하는 순수한 심성의 남자다.

그러나 레너드를 택한 매들린은 롤랑 바르트의 '사랑의 단상'을 곧 자신의 이야기로 여긴다. "기다림. 사랑하는 이를 기다리고 (만남, 편지, 전화 연락, 귀가의) 사소한 지연에 시달리며 유발되는 불안감의 폭발." 그러나 사랑의 행복감은 언어로 분석하는 순간 식어가기 마련이다. 바르트에 따르면 '사랑해'라는 말은 "사랑에 대한 선언, 즉 고백이 아니라 사랑을 갈구하는 반복적인 발화"다. 한 번 고백하고 나면 "사랑해"라는 말은 아무 의미가 없어진다.

매들린과 레너드는 결혼에 성공하지만 파리 신혼여행부터 파국에 들어간다. 조울증이 극심해진 레너드는 종적을 감춘다. 애초부터 딸의 결혼이 탐탁치 않았던 매들린의 부모는 혼인무효 절차를 알아본다. 미첼은 졸업 후 세계여행을 떠났다가 돌아와 매들린을 돕는다.

매들린이 미첼을 곁에 두면서 혼인 파탄의 절망을 극복하는 방식은 결혼을 필수가 아닌 선택으로 생각하는 오늘날 시대상을 반영한다. 문학사에서 결혼이 차지하는 자리도 비슷하다. 소설은 더이상 결혼을 인생의 완성으로 그리지 않는다.

매들린의 기호학 교수 손더스는 "소설이라는 장르는 결혼 플롯과 함께 그 절정에 도달했으며, 결혼 플롯이 사라지면서 다시는 원래의 위치를 되찾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유제니디스는 소설에 결혼 플롯을 다시 도입했지만, 그 결혼은 해피엔딩보다는 무모한 선택에 가깝다. 민음사. 김희용 옮김. 1권 580쪽, 1만6천원. 2권 430쪽, 1만5천원.




dad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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