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났던 1천100년전 장식기와의 환생…법천사지 '치미' 복원
국립춘천박물관, 8개월간 보존처리…10월 31일 공개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원주 법천사지에 25개 파편으로 흩어져 있던 장식기와 '치미'가 8개월간의 보존처리를 거쳐 원형을 되찾았다.
국립춘천박물관은 원주시, 강원고고문화연구원과 함께 지난 2013년 발굴조사 중 법천사지 남쪽 마당 부근에서 수습한 치미 조각들을 조립해 복원하는 데 성공했다고 14일 밝혔다.
치미는 전통 건축물에 사용되는 장식기와로, 용마루 끝에 설치해 위엄을 높이고 귀신을 쫓는 역할을 했다.
이번에 복원된 치미는 높이 120㎝, 무게 121㎏이다. 신라 후기 혹은 918년 건국한 고려 초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나, 정확한 제작 시기는 알 수 없다고 박물관은 설명했다.
법천사지 치미의 특징은 깃 부분이 뾰족하게 처리됐다는 점이다. 하늘로 비상하는 듯한 깃이 좌우에 10개씩 달려 있고, 허리 중심부에는 반구형 장식물이 있다.
또 몸통에는 우물 정(井)자가 새겨져 있으며, 치미를 굽기 전에 제작자가 남긴 지문과 위쪽과 아래쪽을 절단한 듯한 흔적도 확인됐다.
허일권 국립춘천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이런 형태의 깃이 부착된 치미는 지금까지 국내에서 나온 적이 없다"며 "경주나 부여에서 출토된 치미들은 정해진 형태가 있었던 것 같지만, 법천사지 치미는 자유로운 예술적 감각으로 만들었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국립춘천박물관은 현미경과 X선 촬영, 정밀 3D 스캔 등 추가 조사를 통해 법천사지 치미의 제작 방식을 규명할 계획이다.
원주시와 강원고고문화연구원은 10월 23일 치미의 복원 내용이 담긴 '법천사지 발굴조사 보고서'를 발간하고, 국립춘천박물관은 상설전시실 개편이 완료되는 10월 31일 법천사지 치미를 공개할 방침이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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