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카 범죄' 처벌 논란…단속법망 허술, 제재는 솜방망이
'몰카 유포' 성범죄로 처벌불가 '한계'…수사·구형·판결 '관대한 처벌'
'동의 없는 유포·상습범 처벌' 개정안 발의…"구형·양형기준 정비해야"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몰래카메라(몰카) 범죄가 기승을 부리지만 수사기관의 처벌이 미비하고 법원도 벌금이나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등 처벌이 관대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법적 허점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현행 성폭력범죄 처벌 특례법(성폭력처벌법)은 몰카 범죄를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한다.
하지만 범죄의 심각성에 비해 경찰 단계에서 구속되는 사례가 많지 않고, 검찰은 대개 벌금이나 1년 이하의 징역을 구형하는 데다 법원도 형량 감경사유를 폭넓게 인정해 관대한 처벌을 한다는 비판이 많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휴대전화를 이용해 여성의 특정 신체 부위를 촬영한 혐의(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이용 촬영)로 기소된 피고인들에게 잇따라 벌금형이 선고됐다.
지난달 26일 휴대전화로 여성 후배의 허벅지를 촬영한 혐의로 기소된 대학생 박모(24)씨가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았고, 검찰이 항소하지 않아 확정됐다.
이달 7일에는 휴대전화로 8회에 걸쳐 여성의 신체를 촬영한 황모(20)씨와 휴대전화로 7차례 몰카를 찍은 신모(29)씨가 나란히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이들 사례에 '피고인이 초범이고 잘못을 반성한다'며 형량 산정에 반영해 '선처'했다. 검찰 역시 벌금형이나 집유가 선고돼도 항소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대부분 사건이 1심에서 끝나기 일쑤다.
'몰카용 카메라'를 사용한 계획적 범죄에도 엄한 처벌이 내려지지 않은 사례가 나온다.
법원은 이달 7일 이동식저장장치(USB) 형태의 카메라로 회사 동료 여직원이 용변 보는 모습을 촬영하려다 발각돼 미수에 그친 박모(39)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소형 카메라를 이용한 계획적 범죄'라면서도 초범이고 실제 피해가 없다는 이유로 집유를 선고했다.
피해자가 정신적 충격을 받고 퇴사하는 등 피해가 막중한 점은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했다.
몰카 범죄에 대한 온정적 처벌은 경찰·검찰과 법원이 범죄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점에서 우선 피해자나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구형기준이나 양형기준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상습적으로 몰카 범죄를 저지르거나 첨단 기계를 설치해 불특정 다수를 촬영한 계획적 범행에 대해서는 검찰 구형기준과 법원 양형기준을 높여 가급적 실형이 선고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몰카 범죄 근절을 위해서는 휴대전화의 촬영 기능에 제한을 두거나, 몰카 기계를 제조·판매하는 업체들의 처벌을 강화하자는 견해도 있다.
또 현행법상 스스로 찍은 촬영물을 제3자의 동의 없이 유포해도 명예훼손죄로 처벌할 수 있을 뿐 성폭력범죄로는 처벌하지 못하는 등 처벌 법규가 미비한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현재 국회에는 제3자 동의 없이 몰카 촬영물을 유포한 경우 성폭력범죄로 처벌하고 '상습범'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성폭력범죄 처벌 특례법 일부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2006년 517건에 불과했던 몰카 범죄는 2010년 1천153건, 2012년 2천462건, 2013년 4천903건, 2014년 6천735건, 2015년 7천730건으로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다.
서초동의 한 형사사건 전문 변호사는 "몰카 범죄는 피해자가 알아채지 못한 상태에서 수차례 범행이 이뤄지기 때문에 적발된 후에는 감당하지 못할 피해를 떠안게 된다"며 "첨단 몰카 기계가 급속도로 발전하는 데 비해 이 범죄에 대한 경찰·검찰과 법원의 인식은 과거에 머물러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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