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내가 래퍼" 만성·희귀질환 넘어 꿈 키우는 아이들
아름다운가게-사노피 아벤티스 운영 '초록산타 상상학교' 수업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나는 축구를 좋아해 / 국가대표 내 꿈 너 긴장해",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은 컴퓨터 / 내가 제일 가고 싶은 곳은 놀이터"
토요일인 지난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복합문화공간. 평소에는 스터디 카페로 운영되는 공간이 힙합 음악과 어린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소리로 가득 찼다.
사회적 기업 아름다운가게와 제약회사 사노피 아벤티스코리아가 운영하는 '초록산타 상상학교' 수업이 열린 날, 제1형 당뇨병 등 만성·희귀 난치성 질환을 앓는 아이들은 '래퍼'가 됐다.
아이들은 학교 수업에 참여하듯이 미술이나 연극, 음악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이날에는 직접 가사를 쓰고 랩을 하는 '랩을 나불나불', 자신을 닮은 영웅 캐릭터를 그리는 '드로잉 히어로' 수업이 열렸다.
랩 수업을 진행한 래퍼 술래(35·본명 김용래)씨는 "환아를 대상으로 하는 수업은 처음인 데다 잘 알지 못하는 병명도 많아 긴장했는데 비트에 맞게 랩을 하는 모습이 신기하다"고 말했다.
올해 4년째 아이와 함께 참여한다는 박경숙(41·여)씨는 "'너 혼자만 아픈 게 아니야'라는 걸 알려주려고 아이 손을 잡고 데려왔는데 수업을 할수록 아이가 즐거워한다"며 웃으며 말했다.
처음에는 부모 손에 이끌려 오는 경우가 많지만, 수업이 계속될수록 아이들의 참여도가 높아진다고 한다. 수업의 평균 출석률은 90%를 넘는다고 관계자는 귀띔했다.
드로잉 수업을 하는 신정원(30·여)씨는 "희귀병을 앓는 아이가 '난 내가 태어나서 좋아'라고 말할 때는 가슴이 뭉클해지기도 한다"고 "수업 때 보면 아이들의 눈빛이 반짝인다"고 말했다.
지난 7월부터 시작한 상상학교는 이달 26일로 8주에 걸친 수업을 마친다. 아이들은 다음 달 9일 열리는 '상상놀이터'에서 그동안 그린 그림을 전시하고 자작 랩 등을 뽐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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