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지하금고에 금 6천200t…"정말 있을까" 음모론 솔솔
세계에서 가장 금 많은 뉴욕연방준비은행 지하금고에 각종 설 분분
"금 도금한 모조품이다", "금 시세 떨어뜨리려 외부에 빌려줬을 것"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 세계에서 가장 많은 금(金)이 있다는 미국 뉴욕 연방준비은행의 지하금고.
영화 '다이하드 3'에서 테러리스트 일당이 막대한 금괴를 털어간 장소로도 잘 알려져 있다.
땅밑 24m에 위치한 이 금고에 보관된 금은 무려 6천200t으로 총 2천400억∼2천600억 달러(약 275조∼298조 원)의 가치를 지닌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금고 투어를 하는 방문객에게 내놓는 공식 설명이지만, 모두가 이 말을 믿는 것은 아니다.
13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곳에 정말로 막대한 금이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음모론자들이 적지 않다.
귀금속 애널리스트인 로넌 맨리는 이 신문에 "(금고에) 접근 권한을 지닌 연방준비은행 직원들을 제외하면 거기에 금이 다 있는지 아무도 확신할 수 없다"며 "연방준비은행이 역사상 한 번도 증거를 제시한 적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하금고에 보관된 금괴는 실은 금 도금을 한 모조품이라는 설부터 금융당국이 금 시세를 조작하기 위해 외부 기관에 금괴를 몰래 빌려주고 있다는 음모론까지 다양한 주장이 나오고 있다.
지하금고의 122개 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철저히 비밀에 부치는 뉴욕 연방준비은행의 '철벽 보안'이 음모론을 부추기는 측면도 있다.
이 은행은 금괴가 언제 들어오고 나가는지 공개하지 않는 것은 물론, 회계감사관과 계좌 소유자를 제외하고는 단 한 명의 외부인도 금고 안에 들이지 않는다.
WSJ가 정보공개요청을 통해 입수한 문서를 보면 금을 옮기거나 심지어 금고 내 전구를 교체할 때에도 반드시 3명의 직원이 함께 들어가야 한다.
영화와 달리 한 번도 이 금고에 침입하려는 시도는 없었다고 이 문서는 밝혔다. 윌리엄 더들리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지난 3월 '다이하드 3'에서 지하철 터널을 통해 금고에 침입한다는 설정에 대해 "설득력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금고 투어를 하는 방문객도 오직 샘플 전시만 볼 수 있을 뿐이다.
금 관리회사 '골드머니'의 공동창립자 제임스 터크는 "당신이 볼 수 있는 전부는 맨 앞줄의 금괴뿐"이라며 보관된 금괴의 상당수는 다른 곳에 빌려줬거나 담보로 잡혀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따라서 실제 보관된 금은 공식 설명보다 훨씬 적다는 주장이다.
특히 일부 금본위제 지지자들은 연방준비은행이 달러 가치를 보호하려는 목적으로 보유한 금을 외부에 빌려줘 가격 상승을 억제하고 있다는 이론을 내놓는다.
물론 연방준비은행 측은 음모론을 부인하고 있다. 은행 대변인은 WSJ에 "뉴욕 연방준비은행에 보관된 금은 외부에 빌려주는 등의 어떤 용도로도 사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곳에 저장된 금의 실체를 밝히기 위한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2012년 미 조폐국과 재무부 감사관실이 367개의 금괴 샘플을 외부 독립 연구소에 맡겨 점검한 결과 3개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업계에서 용인되는 표준 범위의 순도를 지닌 것으로 확인됐다.
그럼에도 이 지하금고에 있는 금을 더욱 투명하고 객관적으로 감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랜드 폴(공화·켄터키) 상원의원은 미국 회계감사원(GAO)이 연방준비은행의 금고를 감사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해 이런 주장을 법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한편, 뉴욕 연방준비은행 지하금고는 내부에 누군가 갇히더라도 1명이 72시간 생존하기에 충분한 산소가 공급되며, 12㎏이 넘는 금괴를 떨어뜨릴 경우를 대비해 직원은 마그네슘 신발 커버를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고 WSJ는 전했다.
보관된 금의 대부분은 외국 정부 소유이지만, 미국이 가진 110억 달러(약 12조 원) 규모의 금 보유고 중 5%가량이 이 금고에 있다고 덧붙였다.
firstcir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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