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스페인 유입 난민 작년比 3배 증가…"그리스 제칠 수도"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지중해 난민 위기에서 비교적 비켜나 있는 것으로 여겨지던 스페인에 최근 난민이 몰리며 아프리카와 중동발 난민의 행선지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영국 BBC방송은 11일 국제이주기구(IOM)를 인용, 올 들어 지난 6일까지 지중해를 건너 스페인에 도착한 난민 수는 8천385명에 달해 작년 같은 기간보다 3배 이상 늘었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난민 규모는 같은 기간 이탈리아에 입국한 난민 9만6천400명보다는 훨씬 적은 것이다. 하지만, 1만1천713명의 난민이 유입된 그리스와는 점점 격차를 줄이고 있어, 올해 말까지는 스페인행 난민이 그리스행 난민 수를 웃돌 가능성도 점쳐진다.
조엘 밀먼 IOM 수석대변인은 "스페인이 올해 그리스를 (난민 수에서)능가할 수도 있다"며 "만약 이렇게 되면, 큰 변화인 셈"이라고 말했다.
밀먼 대변인은 이런 변화의 요인은 모로코를 거쳐 지브롤터 해협을 건너 스페인으로 들어오는 행로가 상대적으로 안전하게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유럽행 난민의 상당수는 세네갈, 감비아, 기니, 코트디부아르 등 서아프리카 국가 출신인데, 이들이 이탈리아로 가려면 광활한 사하라 사막을 관통한 뒤 리비아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리비아 당국은 최근 이탈리아 정부의 지원을 받아 불법 난민에 대한 단속을 부쩍 강화하고 있을 뿐 아니라 리비아 현지 치안도 불안하기 때문에 상당수 난민이 리비아에서 이탈리아로 넘어오는 지중해 중부 루트 대신 스페인행을 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스페인행 난민이 늘며 지난 9일에는 스페인 남부의 인기 휴양지인 타리파에서는 30여 명의 난민을 빼곡히 태운 소형 보트가 대낮에 해변에 도착, 관광객들의 눈이 휘둥그레지기도 했다.
배에 타고 있던 난민 상당수는 해변에 닿자마자 달아난 탓에 당국은 9명의 미성년자만을 난민 센터로 인계했다.
육지로 스페인에 들어오는 난민들도 끊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아프리카 지브롤터 해협 연안에 위치한 스페인령 세우타에서는 차량에 몰래 숨어 스페인 본토로 짐입하려는 모로코와 알제리 난민도 속속 적발되고 있다. 지난 9일에는 세우타에서 놀이기구를 실은 차량에 은신해 본토행 여객선을 기다리던 북아프리카인 19명이 발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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