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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말고 돌아보자'…역사관광지로 변모한 일제강점기 상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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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말고 돌아보자'…역사관광지로 변모한 일제강점기 상흔

일제가 수탈한 곡식·항공유 보관했던 동굴은 이색 체험시설

광복군 총사령 박상진 생가는 애국애족 기리는 역사공원화

(울산=연합뉴스) 허광무 기자 = 울산에서 일제강점기의 상흔을 역사관광지로 조성하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과거 지역민이 겪었을 아픔과 희생을 되돌아보는 동시에 색다른 구경과 체험을 하는 관광시설로 손색이 없다는 평가다.


울산시 남구 신정동 남산 자락에는 각각 길이 60m, 42m, 62m, 16m짜리 동굴 4개가 수십 년 동안 방치돼 있었다. 동굴 너비는 1.5∼5.5m, 높이는 1.8∼4.2m 규모다.

동굴들은 일제강점기 때 일본군의 보급물자 창고로 사용되던 곳이라는 정도로만 지역민 사이에서 구전됐으나, 최근 남구문화원의 연구와 정리로 동굴의 역사와 용도가 구체화됐다.

일본은 자국 본토와 가까워 침략물자 수송이 용이한 울산에 1928년 울산비행장을 만들었다.

이 비행장은 운영난으로 한때 운영되지 않다가 1941년 일본이 태평양전쟁을 일으키면서 군용으로 개조, 군수물자 운반과 연료 공급기지로 활용됐다.

이때부터 남산 동굴은 군량미와 항공유로 쓰이는 소나무기름(송유)를 비축하는 창고로 사용됐다.

일본은 현재 신정동과 옥동 주민들의 식량을 수탈, 소달구지로 실어와 동굴에 채웠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주민을 강제로 동원해 노역도 시켰다.

인근 마을 학생들은 하굣길에 집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남산 동굴에서 책보자기에 곡식을 담아 울산비행장 격납고까지 옮기는 일에 동원됐다.

광복 후 마을 주민들은 배고픔을 달래고자 동굴을 찾았다고 한다. 동굴에는 쌀과 콩 등 곡식이 가득 쌓여 있었는데, 절반 이상이 썩어 있었다고 한다.

당시 동굴 문을 연 주민들은 일제에 의해 겪었던 치욕과 수난, 광복의 기쁨 등에 복받쳐 주저앉아 울었다고 전해진다.


동굴은 1960년대부터 약 20년 동안 주점으로 사용됐다. 동굴 주점은 여름에는 시원하고, 한 번에 100명 이상 수용할 수 있어 인기가 있었다.

이후로는 동굴 일부가 무속인의 법당 등으로 사용됐으나, 사실상 버려진 채 방치됐다.

이 동굴들이 '태화강 동굴피아'라는 이름의 관광시설로 지난달 문을 열었다.

남구는 총 150억원을 들여 남산 동굴과 주변 수변공간을 정비해 동굴피아를 조성했다.

1동굴(60m)은 역사 체험 공간으로 일제강점기 울산의 생활상과 강제노역, 수탈의 역사가 담긴 삼산비행장 등을 소개하는 내용이 전시돼 있다.

2동굴(42m)은 어드벤처 공간으로 한지 조명을 이용한 곰, 호랑이, 백로, 부엉이, 사슴 등의 동물 형상이 설치됐다.

3동굴(62m)에는 스크린 아쿠아리움이 설치돼 방문객이 직접 그린 물고기 그림을 스크린에 옮기면 살아 움직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4동굴(16m)은 계절별 이벤트 공간으로 활용된다. 봄에는 LED 꽃밭, 여름에는 공포체험공간, 가을에는 아트갤러리, 겨울에는 겨울왕국이 조성된다.

4개 동굴 중 3개가 연결됐으며, 내부에는 소규모 공연장이나 카페가 있는 지하광장이 설치됐다.


울산 출신 독립운동가 고헌(固軒) 박상진(1884∼1921) 의사의 생가를 애국애족 정신을 기리는 역사공원으로 조성하는 사업도 추진 중이다.

고헌은 일제강점기에 대한 광복회 총사령을 지낸 독립운동가다.

그는 1910년 판사등용시험에 합격해 평양지원으로 발령 났으나 "재판은 일본인에 의해 독단적으로 행해지기 때문에 독립운동을 하는 것이 나라와 민족을 위해 낫다"며 부임을 거절했다.

이후 1915년 대구에서 대한광복회를 결성하고 총사령으로 추대돼 경주 우편마차 세금 탈취, 길림 광복회 설립, 친일파 처단 등 독립운동을 주도했다.

대한광복회는 독립군을 양성하기 위해 군자금을 모집하면서 일경(日警)에 밀고하거나 협조하지 않는 친일 부호를 처단하는 의열투쟁을 전개했다.

그러나 결국 친일 부호와 악덕 관리 살해를 교사하고 내란을 주도한 혐의로 체포돼 37세에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송정택지개발지구에 있는 박상진 의사 생가 일원 2만9천97㎡를 공원으로 조성하는 사업을 내년 8월 준공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고헌의 유년시절 시문학을 주제로 한 '고헌 시문학 언덕'을 비롯해 대한광복회마당, 박상진 마을길 등이 조성된다.

단순한 공원에 그치지 않고 고헌과 독립운동에 대한 역사교육의 장으로 활용될 교육장도 마련된다.

일대에 흩어져 있던 양정재, 봉산정사, 송애정사 등 3채의 고가(古家)는 생가 옆으로 옮겨 복원된다.

LH는 울산시, 북구 등과 협의해 설계안을 확정하면 문화재 형상변경 허가를 거쳐 착공한다는 계획이다.

hk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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