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주년 제시카 "소녀시대는 소중한 인연…30대가 더 기대돼"
기념 미니앨범 '마이 디케이드'…"꾸밈없이 나다운 것 보여주려 했죠"
"연예계, 참을성과 절제 필요…트와이스 같은 후배들 예뻐"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가 안 믿어져요. 스스로 대견하다고 느껴지네요."
2007년 18살에 소녀시대로 데뷔한 제시카(본명 정수연·28)가 아이돌 가수로 10년을 보냈다.
소녀시대가 데뷔일인 지난 5일 기념 앨범을 내고 자축했듯이 팀에서 탈퇴한 제시카도 9일 10주년 미니앨범 '마이 디케이드'(My Decade)를 발표한다.
최근 서울 강남구 청담동 코리델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만난 그는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데뷔 때가 가장 생각난다. 또, 다시 데뷔하는 느낌이던 혼자 처음 노래했을 때도 기억에 남는다. 항상 모든 것의 처음은 잊을 수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2014년 소녀시대에서 탈퇴한 그는 2015년 SM엔터테인먼트와도 계약이 종료돼 홀로서기에 나섰다. 팀을 나오며 일부 팬들의 서운함에 질타를 받았고, 남자 친구 타일러권이 설립한 코리델에 둥지를 틀면서 곱지 않은 시선도 있었다.
그는 소녀시대의 의미를 묻자 "어린 시절을 함께 한 소중한 인연"이라며 "내겐 지울 수 없는 예뻤던 시절이고 (멤버들과) 함께 힘들고 좋았던 여러 일을 겪었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고교 졸업 후 또래보다 일찍 일을 시작해 많은 경험을 했다"며 "연예계에선 참을성과 인내심은 물론 하고 싶은 말과 행동에도 절제가 필요하다는 것을 배웠다. 나이를 한 살씩 먹을수록 느끼는 것도 다르고 경험이 쌓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성장하는 것 같다"는 속내도 털어놓았다.
지난해 5월 첫 솔로 앨범을 낸 그는 우려와 달리 안정적인 활동을 하며 변화된 모습을 보여줬다.
소녀시대 시절 웃음기 없는 표정, 카랑카랑하면서도 예쁜 음색이 도도한 이미지를 만들어 '냉미녀'로 불렸지만 표정이 한결 편안해졌다. 인형처럼 화려한 이미지를 벗고 메이크업도 내추럴하게 바뀌었다.
그는 "솔로 앨범부터 꾸며진 모습보다 나다운 것을 보여주려 했다"며 "긴 속눈썹과 강한 볼터치 대신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다가가고 싶었다. 기존의 이미지를 버리고 싶진 않지만 앞으로도 솔직하게 날 조금 더 드러내고 싶다. '둥글둥글해졌네'란 느낌을 조금씩 보여주려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마인드도 많이 바뀌었다고 했다.
"웃는 일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여행도 많이 다니며 못해본 것도 경험해 보고 싶고요. 최근에는 국내 클럽에 처음 가봤죠.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한번 가봤고 국내에서도 광고 촬영 때 들른 적은 있지만 놀러 간 것은 처음이에요. 제가 착한 이미지는 아니어도 클럽을 자제했는데 요즘엔 '내가 지금 가지, 언제 가보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하하."
가장 큰 변화는 앨범 작업 과정이다. 그는 이번 앨범의 프로듀싱은 물론 6곡 중 5곡을 작사하고 작곡·믹싱·마스터링까지 손길이 안 닿은 부분이 없을 정도로 공을 들였다. 그 흔한 피처링 가수 한 명 없이 온전히 자신의 목소리로 채웠다.
그는 "완벽주의여서 녹음 때 숨소리 하나에도 예민했으니 직원들이 많이 귀찮았을 것"이라며 "지금은 양보다 질이 더 중요해졌다. 옛날에는 쫓기면서 회사의 플랜대로 1년에 앨범 몇 장씩 내며 정신없이 활동했다면, 지금은 제가 하고 싶은 음악이 준비됐을 때 선보이는 여유를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제시카가 작사한 타이틀곡 '서머 스톰'(Summer Storm)은 그간의 희망적인 곡들과 달리 미디엄 템포의 팝 사운드에 이별의 정서를 녹였다. 연인과의 이별로 인한 복잡한 감정이 여름 폭풍 같다는 노랫말이 담겼다,
그는 남자 친구와의 결별에는 선을 그으며 "헤어지는 것을 상상하며 써봤다"며 "요즘 내가 어떤 영화를 봐도 울 정도로 눈물이 많아졌다"고 웃었다.
또 팬들에게 쓴 편지 같은 곡 '스타리 나이트'(Starry Night)를 수록해 변함없이 곁을 지켜준데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기억하니 넌? 우리 처음 눈 맞춘 날/ 설렘 가득했지 생각해보니/ 매 순간이 참 고마워/ 너의 그 예쁜 진심'('스타리 나이트' 중)
그는 "가사 대부분을 비행기에서 쓰는데, 적어 내려가며 울컥했다. 엄마도 이 노래를 듣고 울었다"며 "혼자 활동하니 팬들이 더 든든하게 서포트를 해주는 것 같다. 최근 팬들이 뉴욕 타임스퀘어 건물 전광판에 앨범 출시와 10주년을 축하하는 광고를 해줬는데 생각지도 못한 선물이었다"고 고마워했다.
그러나 걸그룹 출신으로 어느덧 30대를 목전에 뒀으니 신보를 낼 때마다 음악적인 방향과 치고 올라오는 후배들과의 경쟁 등 고민도 있을 법하다.
"걸그룹으로 시작했으니 아이돌 이미지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하진 않아요. 단, 너무 어리게 보이려 하지 않고 제 페이스에 맞춰서 어울리는 것을 시도해보려고 하죠. 제가 변하려고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변해가는 것 같아요. 제가 지금 트와이스 같은 음악을 할 수 없는 것처럼요."
그는 이어 "트와이스 같은 후배들을 보면 내 눈에도 예쁘고 팬으로서 좋다"며 "후배들을 보면 2000년대 생도 있던데 얼마나 노력했을까 싶어서 잘 됐으면 좋겠다. 너무 당연하게 그들이 빛날 때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또 후배들이 선배들을 보고 꿈을 키우며 연습생이 됐듯이 선배로서 책임감도 따른다고 했다.
"선배들이 어떻게 활동하는지 지켜볼 테니 성과를 떠나 책임감이 느껴져요. 그래서 제 30대가 중요하고 더 기대되죠. 예전에는 20대가 지나면 '나이가 꺾였다'고 했지만 지금은 인식이 달라진 것 같아요. 저는 더 노련해질 수 있는 30대가 좋아요."
앞으로의 버킷리스트로는 여동생인 에프엑스 크리스탈과 많은 추억을 남기고 싶다고 꼽았다.
그는 "둘이 또 한 번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찍고 싶고, 여행도 많이 가고 싶다"며 "요즘에 둘이서 항상 하는 말이 '시간 있을 때 어디라도 가자'다. 젊은 날 많은 것을 함께 하고 싶다"고 말했다.
앨범에 대한 동생 반응을 묻자 "타이틀곡이 자기 스타일이 아니라고 했다. 예쁜 멜로디의 '스타리 나이트'를 더 좋아했다"며 "우리는 음악적으로는 안 맞다"고 웃었다.
제시카는 앨범 출시와 함께 아시아 투어를 진행 중이다. 지난달 29일 대만에서 시작한 투어는 13일 서울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로 이어지며 일본, 홍콩 등지에서도 열린다.
mimi@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