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폭력 빠지면 케냐인 모두가 패배자 되는 것"
'아버지의 나라' 대선 앞두고 자정 호소…오늘 투표 시작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대규모 폭력 사태가 우려되는 케냐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자정을 호소했다.
퇴임 후 6개월 넘게 정치 현안에 관한 발언을 삼가온 오바마 전 대통령이 '아버지의 나라'에서 또다시 비극이 벌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침묵을 깨고 이례적으로 목소리를 높인 모습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케냐인들은 부족의 정치와 민족주의를 거부하고 포괄적인 민주주의의 놀라운 가능성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고 dpa 통신과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케냐 출신 버락 오바마 시니어와 미국의 백인 여성 스탠리 앤 더넘 사이에서 태어난 오바마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인 지난 2015년 케냐를 직접 방문해 엄청난 환대를 받으며 민주주의 확립과 부패 청산 등을 촉구한 바 있다.
그는 "케냐의 지도자들에게 폭력과 선동을 거부하고 국민의 의지를 존중할 것을 촉구한다"며 "군(軍)은 프로답고 중립적으로 행동해야 하며, 어떤 결과든 간에 협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케냐 국민에게도 "만약 폭력에 빠지는 일이 벌어진다면 케냐인 전체가 패배자가 될 것"이라면서 "종족과 민족의 증오를 끌어들이는 사람들을 확실히 거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여러분이 내릴 선택이 케냐를 뒤로 돌릴 수도 있고 하나로 단합시킬 수도 있다"며 "케냐인들의 친구로서 나는 여러분이 공포와 분열로 규정되는 미래가 아니라 단합과 희망으로 규정되는 미래를 위해 일할 것을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또한, 선거 후에는 새 헌법에 대한 신뢰를 세워 "폭력으로 발생하는 불필요한 고통을 피할 것"을 촉구했다.
케냐는 8일 대통령과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등을 선출하는 대선과 총선 투표를 동시에 시작했다.
모두 8명이 출마한 이번 대선은 우후루 케냐타 현 대통령과 야당 후보인 라일라 오딩가 전 총리의 2파전으로 점쳐진다.
케냐에서는 지난 2007년 선거 직후 개표부정 논란으로 최소 1천300명이 숨지고 60만여 명이 이재민이 되는 유혈사태가 벌어진 바 있다.
firstcircl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