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서울대병원 교수, 여성 전임의 상대 '갑질' 논란
"수술방 부분마취 환자 앞에서 주먹질…'힘만 무식하다' 폭언도"
(성남=연합뉴스) 최해민 기자 = 경기 성남 분당서울대병원 소속 한 교수가 여성 전임의(전문의 3년차·펠로우)에게 상습적으로 폭언을 퍼붓고 폭행까지 가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병원내 갑질' 논란이 재차 불거졌다.
8일 분당서울대병원에 따르면 이 병원 산부인과 소속 A전임의(34·여)는 지난 1일 병원 수술방에서 B(50)교수의 지도·감독 아래 난소 양성종양 흡입 시술을 하던 과정에서 B교수로부터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수술방에는 간호사 2명 외에 러시아에서 파견 온 전문의와 중국 의대 유학생이 시술 참관을 위해 함께 있었다.
시술 도중 A전임의가 다음 단계로 뭘 해야 할지 생각하느라 잠시 머뭇거리자, B교수가 주먹으로 자신의 등을 2차례 가격했다는 것이 A전임의의 설명이다.
A전임의는 당황스러웠지만, 부분마취로 의식이 있는 환자가 혹여 불안해할까 봐 대수롭지 않은 척 넘기고는 5분여에 걸친 시술을 마무리한 뒤 병원 측에 정식으로 민원을 제기했다.
A전임의는 평소 B교수가 고성과 함께 "네가 그렇지 뭐", "힘만 무식하다", "초등학교 수준 지식만 갖고 있다"는 등의 폭언을 서슴지 않은 데다 예전에도 수술방 안에서 수차례 폭행하려고 손을 들어 위협한 일이 있어 더는 묵과할 수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A전임의는 1주일이 지난 현재까지도 병원으로부터 별다른 결과를 통보받지 못했다.
A전임의는 "국내 최고의 대학병원이란 곳에서도 이런 일이 난무하고 있다"라며 "당시 시술 과정에서 (내가) 실수했거나 위험한 상황이 연출됐다면 어떤 질책도 달게 받겠지만, 잠시 머뭇거렸다는 이유만으로 환자 앞에서 폭행당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평소 B교수의 폭언 때문에 자존심이 상해 있었는데 환자 앞에서 폭행까지 당하고 나니 정신적인 충격으로 우울증에, 환청 증세까지 겪어 정신과 치료도 받았다"라며 "병원에 정식으로 항의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해 미온적으로 대처하는 것 아닌가 싶다"라고 덧붙였다.
B교수는 산부인과내 3개 파트 중 A전임의가 속한 파트의 장으로, 파트장은 전임의 등을 교육·평가하고, 진로를 결정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자리다.
A전임의가 당시 수술방에 있던 목격자와 SNS 등으로 대화한 내역에는 B교수가 A전임의를 폭행하는 장면을 봤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A전임의가 '제 느낌으로는 (B교수가)주먹으로 치신 것 같았는데 환자 깨어있어서 아무 말 안 했거든요'라고 하자 당시 수술방에 있던 한 간호사는 '제가 봤을 땐 손가락인지 주먹인지 잘 모르겠는데 계속 치신 것 같아요. 어깨 흔들릴 정도로(쳤어요). (보기가)민망해서 살짝 고개 돌렸어요'라고 답한다.
그러고는 '말로 받는 상처도 장난 아니에요. (B교수가) 윽박지르는게...'라고 덧붙인다.
수술방에 있던 또 다른 외국인도 'B교수가 주먹으로 두 차례 나를 때린 것 같다. 맞느냐'라는 A전임의의 질문에 'It is right'(맞다)라고 답한다.
A전임의는 경찰서에 B교수를 폭행 혐의로 고소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A전임의는 "대학병원에서 전임의나 전공의 등에게 있어서 담당 교수란 신분을 좌지우지할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 갑의 입장이다"라며 "의료계에서 일어나는 이런 불합리한 관행이 개선됐으면 하는 마음에서 불이익까지 각오하고 병원에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분당서울대병원은 연합뉴스 취재가 시작된 7일 저녁에야 A전임의에게 이메일을 보내 뒤늦게 상황 파악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A전임의는 "진상조사란 피해를 본 당사자의 주장을 먼저 듣고, 가해자의 해명과 목격자의 객관적인 진술 등을 조사해 무슨 일이 있었는지 파악하는 데서 시작하는 것이 상식"이라며 "그런데 기자가 취재한 뒤에야 병원에서 나에게 당시 상황을 설명해달라고 이메일을 보낸 것을 보니, 조용히 넘어가려다가 이제 와 진상조사를 시작한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분당서울대병원 관계자는 "병원에서 미온적으로 대처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현재 인재운용팀(인사부서)에서 진상조사를 하고 있다"라며 "조사가 완료되면 인사위원회를 개최해 징계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사건 당일(1일) 이미 인사위원장인 부원장에게 사안이 보고됐고, 진상조사에도 절차가 있어 며칠 걸린 것일 뿐 사안을 축소하거나 미온적으로 대처하려 한 사실이 없다"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는 B교수의 반론을 듣기 위해 수차례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이뤄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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