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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톡톡] 김대중, 전두환, 이명박 초상화 공통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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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톡톡] 김대중, 전두환, 이명박 초상화 공통점은?

청와대에 걸린 역대 대통령 초상화를 살펴봅니다





(서울=연합뉴스) 도광환 기자 = "불이야!"

1954년 12월 26일 새벽, 부산 용두산 판자촌 일대에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불은 겨울바람을 타고 삽시간에 일대 동네를 집어삼켰습니다.

인명 피해와 더불어 이 화재로 수천 점의 소중한 문화재가 역사 저편으로 사라졌습니다.

정부가 한국전쟁 초기 비밀리에 이 지역 한 창고에 옮겨 보관 중이던 궁중유물들이 속절없이 불타 버렸던 것입니다.

당시 신문보도에 따르면 '궁중 일기', '임금 어진', '은제기' 등 3천4백여 점의 국보급 문화재가 소실됐다고 합니다.


조선의 대부분 왕은 초상화인 '어진(御眞)'을 그린 뒤 궁중에 남겼습니다.

하지만 당시 화재로 다수의 어진이 불에 타 현재 전주 경기전(慶基殿)의 태조 어진과 서울 창덕궁의 영조 어진 등 단 7점만 남아 있습니다.


우리 시대의 어진은 대통령의 초상화입니다. 청와대는 국무회의가 열리는 세종실 입구에 역대 대통령의 초상화를 한눈에 전시하고 있습니다.


초유의 '탄핵대통령'이 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초상화는 청와대에 걸리는지 마는지, 걸리면 언제부터인지 등에 대한 관심이 많았습니다.

지난 6월 21일 문재인 대통령이 세종실에서 주재한 '일자리위원회의'에서 취재진은 박 전 대통령의 초상화를 볼 수 있었습니다.


지금부터 청와대에 전시된 대통령 초상화의 뒷이야기를 살펴보겠습니다.

현재는 이승만 전 대통령부터 11점의 초상화가 전시돼 있습니다. 이들 초상화를 처음 걸게 된 것은 1973년 1월 1일입니다.

이후 청와대는 각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기 직전 초상화를 완성해 걸고 있습니다.

몇몇 대통령은 초상화 게시 행사에 직접 참석하기도 했습니다. 아래는 김영삼 전 대통령이 부착 행사 직후 자신의 초상화를 살펴보는 모습입니다.


다음 사진은 퇴임 6일을 앞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참여정부 마지막 국무회의를 위해 세종실에 입장하며 막 전시된 자신의 초상화 앞을 지나가는 모습입니다.


이들 초상화는 누가 그렸을까요?

이승만, 윤보선, 박정희 세 전 대통령 초상화는 우리 화단 초창기 서양화가인 김인승 화백이 모두 그렸습니다.

최규하 전 대통령은 비슷한 시기에 활약한 박득순 화백, 노태우 전 대통령은 김형근 화백의 작품입니다.

눈에 띄는 작가는 김대중, 전두환, 이명박 등 세 명의 전 대통령을 그린 정형모 화백입니다.

정 화백은 '인물화의 대가'로 평가받고 있으며, 육영수 여사 사후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요청으로 육 여사의 인물화를 제작하기도 했습니다.

이 인연으로 박 전 대통령 국장 때는 당시 문공부의 의뢰를 받아 150호 크기의 영정을 그렸습니다.


초상화 제작 당시 가장 뉴스가 된 작가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그린 이종구 화백입니다. 이 화백은 민중 작가 범주에 속하는 서양화가로서 '농민 화가'로 잘 알려졌습니다.

이 화백이 청와대 초청을 받아 작품을 의뢰받는 자리에서 노 전 대통령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합니다.

"농촌 출신으로 농민의 얼굴을 많이 그린 분이라 제 초상화를 부탁하고 싶었습니다. 제 초상에도 농촌에서 산 사람의 표정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후 유명인들로부터 초상화 제작 의뢰가 많이 들어왔지만, 이 화백은 모두 사양했다고 합니다.

한편 김영삼 전 대통령을 그린 작가는 이원희 화백입니다.


초상화만 5백여 점 이상 그린 작가로서 김 전 대통령 작업 후 '대통령 작가'로 명성을 얻으면서 윤관, 이용훈, 이만섭, 김수한, 박관용, 임채정 등 인사들의 초상화를 제작했습니다.

'날개를 단 화백'이란 별명을 얻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초상을 그려 뉴욕 본부 로비에 전시하기도 했습니다.


그럼 처음의 이야기로 돌아가서 '대통령의 의뢰가 아닌 청와대의 의뢰로' 박근혜 전 대통령을 그린 화가는 누구일까요?

바로 위에서 언급한 이원희 화백입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이 한창 진행 중이던 지난 1월 초, 청와대 관계자로부터 연락을 받은 이 화백은 청와대 측에서 내민 사진 1장만 건네받아 초상을 그렸다고 합니다.

이 화백의 말입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을 그리기 위해 두 번이나 만났던 것처럼, 초상화는 그 사람의 내면이나 특징 등 인간적인 측면을 화가의 눈으로 보고 잡아내는 일이 중요한데 사진만 보고 그리게 돼 아쉽습니다."

한편 청와대에는 역대 대통령 부인의 모습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전시하고 있습니다. 초상화는 아니고 사진입니다.

영부인들의 접견 및 업무공간인 본관 무궁화실 입구에는 10명의 사진이 걸려 있습니다.


오른쪽부터 프란체스카(이승만), 공덕귀(윤보선), 육영수(박정희), 홍기(최규하), 이순자(전두환), 김옥숙(노태우), 손명순(김영삼), 이희호(김대중), 권양숙(노무현), 김윤옥(이명박) 여사입니다.


"좋은 그림은 그 대상과 똑 닮게만 그리는 데 있지 않다. 정신이 깃들어 있지 않고는 훌륭한 그림이라고 할 수 없다"

조선 후기 실학자 연암 박지원의 말입니다.

초상화는 사람을 그리는 작업이고 역사를 그리는 일입니다. 조선 시대 어진처럼 대통령의 초상화에서도 자랑스럽든 부끄럽든 우리 역사를 읽을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동시에 보는듯한 사진을 한 장 감상하겠습니다.

노 전 대통령 임기 마지막 날인 2008년 2월 24일, 참여정부 인사들이 노 전 대통령 초상화 아래서 기념촬영 하는 모습입니다.


오른쪽 두 번째가 당시 문재인 비서실장입니다. 제19대 대통령이 된 문 대통령도 임기를 마치기 직전 자신의 초상화를 이 자리에 걸게 될 겁니다.

doh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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