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층 성숙한 손아섭 "이젠 '빵' 먹어도 밥 잘 먹어요"
"힘들었던 2015년 보낸 뒤 달라지기 시작했다"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야구선수가 쓰는 은어 중에 '빵'이라는 게 있다. 선발 출전해서 안타를 치지 못하면 선수들은 '빵을 먹었다'고 말한다.
타율 1푼에 연봉이 왔다 갔다 하는 타자들이게 '빵 먹은 날'은 최악의 하루다. 다소 성격이 느긋한 선수는 빨리 잊어버리지만, 승리욕이 강한 선수는 분해서 잠도 못 이룬다.
KBO리그에서 손꼽는 '악바리' 손아섭(29·롯데 자이언츠)은 후자였다. 안타를 못 치는 날은 화가 나 경기가 끝난 뒤 식사를 거르기 일쑤였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졌다. 손아섭은 "이젠 경기에서 '빵' 먹어도 들어가서 밥 잘 먹는다. 밥 굶으면 나만 손해라는 생각에서다"라고 말한다.
타석에서 안타를 때리지 못하면 아쉬워하긴 한다. 예전 손아섭이라면 그 감정을 경기장 바깥에까지 등에 짊어지고 퇴근했다면, 이제는 훌훌 털어버리는 게 달라진 점이다.
그는 "내가 아쉬워한다고 결과가 달라지지 않는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은 이제 보내버리기로 했다. 할 수 있는 일에서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좋지 않은 결과를 낸 과거는 잊어버리고, 앞만 바라보는 건 말은 쉬워도 행동으로 옮기는 건 무척 어려운 일이다.
손아섭은 "예전에 나였으면 안타 못 친 날은 밥을 굶는 건 물론이고, 핸드폰을 쳐다보는 것도 싫었다. 누구와도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2015년을 보내고 난 뒤부터 달라졌다"고 말했다.
KBO리그에서 손꼽는 '안타의 달인'이 된 손아섭에게 2015년은 잊고 싶은 한 해다.
2014년 타율 0.362로 최고의 한 해를 보낸 손아섭은 2015년 손목을 다쳐 고전하며 타율 0.317로 마쳤다.
포스팅 실패, 부친상, 그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감독과의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나며 심한 마음고생을 겪은 것도 2015년이었다.
손아섭은 "2015년부터 내가 달라진 것 같다. 잡을 수 없는 건 놓아버리기로 했다. 요즘은 야구장에서 도를 닦는 것 같다"며 웃었다.
이번 시즌 손아섭은 103경기에서 타율 0.335, 13홈런, 52타점, 76득점, 14도루로 활약 중이다.
올 시즌을 끝으로 FA(프리에이전트) 자격을 취득하는 손아섭은 자신의 미래에 대해서도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없다. 지금은 아무런 생각 없이 눈앞의 경기에만 집중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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