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친' 마크롱, 첫 휴가는 어디로?
바캉스 기간에 노조 상대로 노동시장 유연화 집중 설득
당초 휴가 안 가려다 대통령별장서 며칠 쉬는 방안 검토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독일과 영국 등 유럽 주요국 정상들이 속속 여름 휴가를 떠나고 있지만, 프랑스에서는 아직 대통령의 휴가 계획이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이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국정 제1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노동시장 유연화 추진 일정과 관련이 크다는 게 프랑스 정가의 분석이다.
마크롱 정부는 해고와 채용을 쉽게 하는 노동 유연화 구상을 주요 노조들을 상대로 8월 말까지 설득한 뒤 9월 말까지는 법 개정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노조들이 대규모 집회를 조직하기 어려운 바캉스 기간을 집중 추진 기간으로 정해 저항을 피해 보겠다는 의도다.
이를 위해 프랑스 정부는 노동법 개정을 일반 법률(Loi)이 아닌 법률명령(Ordonnance)으로 추진하는 방안을 마련했고 상·하 양원은 이를 최근 최종 승인했다.
프랑스에서 헌법을 제외한 최고위 법령인 법률과 달리 법률명령은 대통령의 위임입법 형식으로 마련돼 공포와 즉시 효력을 지니며 의회의 사후 승인을 받으면 법률과 같은 지위를 가진다.
즉 노동법 개정의 의회 심의·토론 기간을 대폭 단축해 신속하게 처리하겠다는 것이다.
마크롱이 이처럼 의욕적으로 노동시장 개혁에 몰두하고 있지만, 대통령 부인인 브리짓 여사와 엘리제 궁 참모들은 5월 취임 이후 쉼 없이 달려온 마크롱에게 며칠간의 휴식을 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지지율 급락세를 겪으며 궁지에 몰리고 있는 대통령이 잠시 머리를 식힐 필요가 있다고 본 것이다.
주간 파리마치에 따르면 파리 근교 베르사유의 엘리제궁 별장인 '라 랑테른'에서 며칠 휴가를 보내는 쪽으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엘리제 궁의 한 참모는 파리마치에 "대통령이 휴가를 가도록 브리짓 여사를 통해 참모들이 설득하고 있다"고 전했다.
마크롱은 대선 승리 전에는 휴가를 가지 않고 대신 유럽을 돌아보며 유럽연합(EU) 관련 구상을 다듬겠다고 밝힌 적이 있다.
지난 4월 주르날뒤디망슈 인터뷰에서 그는 "여름에는 (휴가를 가지 않고) 유럽의 수도를 돌아보며 유럽의 미래를 정상들과 논의해보고 싶다"고 말했지만, 이는 상대국 정상들의 일정 등 현실적인 이유로 실현되기 어려워 보인다.
마크롱 부부는 엘리제 궁에 들어오기 전에는 주말과 휴가를 주로 노르망디의 해안도시 르투케에 있는 별장에서 가족들과 함께 조용히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엘리제 궁 경호실은 지리적 위치나 주변 지형 등을 이유로 대통령 부부가 이 별장에서 머무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 재임 기간에 마크롱 부부가 여기서 휴가를 보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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